「5개년 계획」이라는 중기 종합계획은 생각할 수 있는 최대한의 문제를 담게 마련이다. 문화체육부가 23일 발표한 「문화·체육·청소년 진흥 5개년 계획」도 예외는 아니다.예를들어 이번에 발표된 계획중 문화창달계획은 「규제에서 자율로」부터 「보다 넓은 세계로」에 이르기까지 다섯가지 문화정책의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그 내용도 민족정기의 확립으로부터 지방문화 창달과 남북한의 문화교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을 광범위하게 다뤘다.
특히 지방문예기금을 지금의 5백억원 규모에서 2배로 늘리고,지방문화원 육성법을 만들고 지방종합 문예회관 건립 확충 등 지방문화에 정책비중을 두고 있다. 또 통일 국어대사전 편찬을 앞당기고 광복 50돌이 되는 95년 8월에 남북공동 민속잔치를 계획한 것은 시대적 변화를 내다 본 적절한 기획이다.
또 영상산업과 새로운 미디어에 민감한 관심을 보인 것도 주목할만하다. 그런 뜻에서 문화창달 5개년 계획은 시대적 상황변화에 상당히 적극적인 안목을 가진 중기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돋보이는 장점이라면,자칫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맨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아무리 첨단 미디어의 시대라 해도,문화의 뿌리는 역시 「글」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5개년 계획이 독서운동을 한 항목으로 다루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인식을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획이 있다면 농어촌 도서관과 마을문고에 1백만 책보내기나,작은 도서관 5백개 만들기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 후진국중에서도 후진국 수준인 공공도서관을 끌어올리는 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공공도서관이 국가적인 문화전달 채널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원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출판진흥의 바탕도 될 것이다.
책과 더불어 문화의 바탕이 되는 국어정책도 새로운 미디어에 적응하는 기술이 개발의 전부다. 프랑스처럼 행정적 규제권을 갖는 국어심의기구가 오염돼가는 우리의 언어문화를 바로 잡도록 하는 구상이 필요하다.
문화창달계획이 「대중예술의 고급화」를 내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영화부문을 제외한 대중문화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 매체가 문화체육부 소관밖인 방송에 의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복궁의 복원계획을 앞당긴 것은 때늦은 일이지만 김영삼대통령 정부가 역사의 한페이지를 기록한다는 각오로 반드시 이루기를 기대한다. 그에 따르는 구 총독부건물 철거나 국립중앙박물관 이전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어쨌든 계획이나 정책목표는 「돈」을 전제로 할 때에만 의미가 있다. 문화창달계획의 경우 97년까지 정부예산의 1%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문화기금 3천억원 조성까지 포함해서 재정확보가 목표대로 안된다면 아무리 훌륭한 계획도 쓸모없는 그림이 될 것이다. 그런 뜻에서 계획의 성패는 정부 자체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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