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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TGV냐 ICE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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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TGV냐 ICE냐

입력
1993.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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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독 최종 입찰제의… 연내 선정/가격·기술이전등 파격적 제시『프랑스 TGV냐,독일 ICE냐』 경부고속철도 차량형식을 놓고 한반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독불전쟁이 한창이다. 90년 6월 경부고속철도 노선이 확정 발표된 이후 프랑스 TGV,독일 ICE,일본 신간선이 3파전을 벌이다 신간선이 탈락되면서 차량선정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두 나라는 자존심을 건 치열한 홍보·로비전을 펴고 있다. 한국고속철도 건설공단(이사장 박유광)은 15일 TGV 주간 회사인 알스톰사와 ICE의 지멘스사로부터 최종(6차) 수정 입찰제의서를 받아 평가작업을 벌이고 있다.

공단측은 한달여동안 3백2개 항목에 걸친 평가작업을 끝낸후 우선 협상국을 선정,연말까지 계약을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다.

차량 선정문제는 단순히 2조원이 넘는 한국시장을 확보한다는 차원을 넘어 앞으로의 동남아와 시베리아를 포함한 아시아 일대의 철도사업 시장과 직결되는 것이어서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3월 독일 콜 총리의 방한에 이어 9월14일로 예정된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의 방문도 이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TGV나 ICE는 서로 기술의 우수성과 입찰조건의 유리함을 장담하고 있다.

현재까지 TGV는 경제성과 운행경험에서,ICE는 첨단기술과 유지·보수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TGV는 우선 한국측이 요구하는 시속 3백㎞로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은 자신들의 것 뿐이라고 주장한다. 중량도 ICE보다 10%나 가벼우면서도 동력은 강해 경사길(3.5%)에서도 유리하다고 내세운다.

TGV는 이런 장점을 지금까지 국제입찰에서 1백% 수주한 것을 자랑한다. TGV는 89년 스페인(미드리드­세비야)을 시작으로 영불 해저터널 노선 미국 텍사스 고속철도,지난해 6월에는 98년 완공예정인 유럽통합선(파리­암스테르담) 차량으로 선정됐다.

독일의 반론도 만만찮다. ICE는 첨단기술을 최우선으로 내세운다. 제동중 전기에너지 피드백,알루미늄 차제 등 TGV 보다 10년은 앞선 각종 장비를 갖추었다는 것이다.

차량도 TGV의 일체형과 달라 자유자재로 연결·분리할 수 있으며 연간 운행가능 길이도 열차 한량당 TGV의 36만㎞보다 10만㎞ 많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이같은 차량 자체의 기술적인 면외에 선정기준에서 중요부분을 차지할 가격,기술이전에서도 양측은 서로 우위를 장담한다.

지난 15일 최종 제의서를 낸뒤 프랑스 알톰스사 앙드레 티니에 부사장은 『가격면에서도 더 이상 좋은 제안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해 5차때(27억달러 수준)보다 더 낮은 가격의 제시를 암시했다.

ICE 역시 독일의 대한국 수출 보험률이 1위인데다 이자율도 떨어져 통상 TGV보다 10% 높은 가격을 무시한 낮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술이전에서도 마찬가지. 정부의 방침은 선로나 역사 전기시설 등 우리 기술이 가능한 부분은 우리가 한다(코아시스템)는 원칙과 함께 최소한 차량 제작에서도 50%의 국산화를 요구하고 있다.

로비 양상을 단순히 비교해보자면 TGV가 더욱 적극적이다. TGV는 마지막 입찰제의서에서 2001년 총수요차량 46개중 마지막 32개 차량을 국내에서 함께 제작,인도할 때는 특허부분만 빼고 1백% 독자제작을 가능하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해놓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ICE는 단순한 기술이전보다는 연관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는 입장. TGV는 모터나 차량커버 등 많은 부분이 현재 한국에서도 제작할 수 있는 것이지만 ICE는 첨단기술이 대부분이어서 기술이전의 효과는 국내 연관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3배 이상 된다는 것이다.

TGV나 ICE가 처음 고자세에서 벗어나 이처럼 입찰에 치열한 경쟁을 보이는 이유중 하나는 한국을 고속철도 진출의 중요한 교두보로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끝까지 객관적인 자료평가를 통해 가장 유리한 쪽을 선택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평가기준은 비용 기술 기술개발 영업 등 4개 분야에서 각 7천5백점씩 배점하여 분야별 평가팀이 점수를 낸뒤 이를 합산해 그 결과를 정부에 넘겨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각 평가팀의 업무는 서로가 비밀리에 진행,보안을 유지해 독불 양측의 로비 등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것이다.

한달여동안 진행될 고속철도 차량평가에 양측은 촉각이 곤두서 있다. 결과에 따라 우리의 외교문제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점에서 정부는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

기종선정 협상팀장인 김영호 공단연구개발본부장은 『기종선정은 철저히 국익차원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국익을 가격 기술이전만으로 계산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변수는 아직도 많으며 선정 발표후의 후유증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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