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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문제… 남과 북의 선택(김경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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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문제… 남과 북의 선택(김경원칼럼)

입력
1993.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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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에 대한 제네바 미·북한 회담결과를 놓고 국내외에서 서로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외무부와 미 국무부는 제네바회담 결과를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고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이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특별사찰을 받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낙관주의자와 비관주의자의 차이에 대한 설명이 생각난다.

유리컵에 물이 반이 담긴 것을 보고 낙관주의자는 물이 반 차있다고 하고 비관주의자는 반이 비어있다고 한다고 한다. 즉 똑같은 현상을 보고도 관점과 기대에 따라서는 정반대의 판단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낙관·비관론 교차

제네바회담의 결과가 바로 그렇다. 낙관적 관점에서 보면 북한이 『핵안전과 그와 관련된 현안문제들에 관한 IAEA와의 협상을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시작할 용의를 표명』한 것은 「중요한 진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비관주의자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특별사찰을 받겠다고 분명하게 보장하지 않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면 진실은 어느 편에 있을까?

낙관,비관 양측의 판단이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 제네바회담은 북한의 핵사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문제해결을 위한 시간의 틀과 동기구조를 명백하게 밝힘으로써 도움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은 경수로 문제를 포함한 미·북한간의 「전반적 관계개선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한 회담을 앞으로 2개월안에 개최하는데 합의했다. 즉 미국은 앞으로 2개월안에 특별사찰 문제가 만족할만하게 해결된다면 북한과의 「전반적 관계개선」을 위한 회담에 응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회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북한측에 인식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니까 앞으로 2개월안에 사찰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안보리의 제재조치가 불가피해진다는 전제가 분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위 「당근」의 성격도 더욱 분명해졌다. 그동안 북한의 팀스피리트 문제를 하도 목청높여 떠들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팀스피리트를 중지하는 것이 북한에 대단히 중요한 「당근」인 것처럼 생각해왔지만,실제로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과의 「전반적 관계개선」이라는 것이 이번 제네바회담을 통해 분명해졌다. 그리고 미국은 이러한 포괄적인 「당근」이 북한의 행동에 따라서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북한측의 구미를 상당히 돋우어 놓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대미 관계개선 속셈

북한의 선택에는 이제 동기의 구조가 분명해졌다. 유엔안보리의 제재조치를 무릅쓰고라도 IAEA의 특별사찰을 끝까지 거부할 것인가,아니면 어떤 형태로든 특별사찰을 허용함으로써 미국과의 「전반적 관계개선」의 문을 열 것인가 하는 것이 북한이 앞으로 두달안에 결정해야 할 선택이다.

그러면 우리가 당면하는 선택은 어떤 것인가?

우선 북한이 끝까지 특별사찰을 거부하는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있다. 그동안 한미간의 협의에 따르면 유엔안보리의 경제제재조치가 다음 수순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며칠전 제네바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 통일원 부총리가 미 국무부차관을 찾아가 「경제제재 조치의 효용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는 점이다. 모든 협상이 성공여부는 상대방이 아측의 긴요한 요구에 합의하지 않는 경우 상대방에게 가해질 수 있는 제재의 위력에 대한 인식(perception)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국무위원이 우리 정부의 협상전략 기본수단의 효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회의를 표시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원 부총리는 「우리 정부는 대북한 군사제재를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군사행동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우리 모두가 군사행동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끝까지 핵사찰을 거부하는 경우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게 결정되기 힘든 문제다.

우선 경제제재만 해도 그 집행과정에서 군사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외교적 협상은 경제 및 군사제재의 가능성을 배경으로 할 때 타협을 위한 확실한 동기부여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이러한 중대한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정상회담 또는 외무,국방장관 회담이 아닌 통일원 부총리의 국무부차관 면담을 통해 미국에 공개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이유가 어디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만일 언론보도가 잘못되었다면 이제라도 진정되기를 바란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IAEA의 특별사찰에 동의하는 경우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실현성있는 계획을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구체 대응책 시급

앞으로 2개월내에 IAEA 사찰문제가 해결되는 경우 남북 상호사찰 문제까지 완전히 해결되어야만 경제협력이 가능한 것인가? 경제협력의 구체적 방법,정부와 기업의 역할,국제적 측면 등 면밀한 검토를 거친 실천적 계획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미·북한간의 「전반적 관계개선」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의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우리는 고위층의 웅변조의 수사와 정부의 실제행동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문민정부는 황량한 프로파간다에 의존할 필요없이 차분하고 조용하게 실행가능한 대북정책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막연하게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원하지 않는다는 수사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하에서 어떤 형태의 미북관계가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구체적인 판단이 서야 한다. 그리고 남북대화에 있어서도 추상적인 관념적 구호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남북간에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에 사는 동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수단을 설계해야 한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남북대화의 형식과 절차 등에 대해서는 보다 성숙한 접근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뿐 아니라 우리도 선택의 순간에 서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사회과학원장·전 주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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