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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좋은 날씨…”(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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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좋은 날씨…”(장명수칼럼)

입력
1993.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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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기막히게 좋지요?』『옛날 생각이 나네요. 옛날 날씨는 날마다 이렇게 좋았지요』

『한국의 가을 하늘처럼 맑고 높고 푸른 하늘은 드물거라고 우리는 늘 자랑스러워 했지요』

『지난 며칠동안 세상이 얼마나 깨끗하게 보이는지 눈이 다 좋아진 것 같아요. 안경을 안쓰고 돌아다니다가 한참후에 안경 안쓴걸 깨달았다니까요』

사람들은 만나기만 하면 날씨 얘기를 하고 있다. 길에서 마주치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날씨 참 좋지요?』라고 말을 걸고 싶어진다. 장마가 걷힌 지난 일요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이 아름다운 날씨는 갑자기 큰 은혜를 받은 것처럼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있다. 사람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밝다.

공해에 찌들었던 가로수들이 한잎 한잎 생생하게 빛나는걸 보면 나뭇잎의 표정이 저렇게 풍부했던가,그리고 서울이 이처럼 아름다운 도시였던가 놀라게 된다. 하늘·공기·햇살·바람이 마치 초가을 들녘에 서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함께 행복해하고,또 홀로 생각에 잠긴다. 짜증이 꽉 차있던 도심에서 사람들은 아름다운 날씨를 만끽하며 기억속의 어떤 아름다웠던 날들을 멀리 바라보는 여유를 갖는다.

우리는 지난 4·5월 끔찍한 황사를 겪었다. 봄마다 중국 대륙에서 날아오는 황사가 점점 더 우리를 숨막히게 하는 것은 해마다 황사현상이 더욱 심해질뿐 아니라 환경파괴에 대한 공포가 날로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돗물을 그냥 마셔도 괜찮을까,야채와 과일은 몇번 씻어야 안전할까,강과 들과 산이 저렇게 병들어가고 있는데 인간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 주변의 공해만으로도 불안이 큰데 멀리 중국대륙에서 2천여㎞를 날아온 1천만톤의 흙먼지가 천지를 자욱하게 채우면,세계가 유기적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히게 된다.

80년대만해도 황사현상은 5일 정도 지속됐으나 차츰 10일,15일로 길어지고 있다. 또 황사 이동경로상에 있는 중국 화북지방이 공업화되면서 아황산가스,중금속 등 유독물질이 함께 날아오고 있다. 황사는 이제 사람에게 눈병이나 기관지염을 일으키는 정도가 아니라,토양에 중금속을 축적시키고,산성비를 내리게 하여 국토와 온 생물을 함께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황사를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의 타클라마칸 사막과 고비사막의 사막화를 막고,중국이 공업화에 따른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도록 국제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논의가 올해 황사속에서 제기된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올해 특히 심했던 황사의 공포가 잊혀지기 전에 우리는 기적처럼,축복처럼 아름다운 날씨를 맞고 있다. 날씨만으로도 우리가 이처럼 행복해질 수 있다면 우리는 기필코 잃어버린 날씨를 되찾아야 한다. 이 아름다운 날씨는 세계에 자랑하던 한국의 가을 하늘을 되찾아야 한다는 비수같은 경고를 품고 있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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