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 기획서 홍보까지 1인다역/대통령 경제이념·구상 정책화 노력/물가안정·경기부양 조화 당면과제박재윤 경제수석의 별명은 「불도저」이다.
일에 대한 집착이나 추진력이 어떤지 알 수 있다.
이 별명은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85년부터 2년간 본부 기획실장을 맡고 있을 때 붙여져 줄곧 따라 다녔다.
서울대 15년 장기 발전계획 추진과 발전기금 조성에 그의 밀어붙이는 과단성이 유감없이 발휘됐음은 물론이다.
지금 그가 맡은 역할은 그때와 비할바가 안된다.
나라전체 경제의 방향타가 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또 한가지 강점이 있다.
불도저 성격에 흔히 결여되기 쉬운 기획력도 대단하다는 평이다. 박 수석이 현재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신경제 5개년 계획도 그 뼈대와 기초는 이미 지난해 6월 김영삼 대통령후보의 경제특보로 들어갔을 때부터 세워지기 시작했다.
신경제 1백일 계획도 마찬가지였다.
일에 대한 추진력이 과감하다보니 뒤편에서 다른 얘기가 없는게 아니다.
독주나 주위와의 조화문제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았어도 마찬가지 소리를 들었을 것이고 박 수석만큼 견뎌내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도 많다.
무엇보다도 일에 대한 성실성이 「딴소리들」을 눌러 버리는 것 같다.
박 수석도 청와대 비서실내에서 일에 관한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다.
신경제 5개년 계획 입안이 한창일 때 그와 함께 경제수석실이 어떻게 일에 매달렸는지는 잘 알려진 얘기이다.
요즘은 그때처럼 자정넘어 퇴근하는 일은 잦지 않다.
자신은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하루 가져다 놓았더니 매일 철야하다시피하는 것처럼 소문이 나 치워버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는 집무패턴만 바뀌었을 뿐이다.
집에다 팩시밀리까지 설치해놓고 사무실에 남아서 근무하는 비서관들로부터 서류나 자료를 전송받는다. 직원들에게 확인하고 보고받는 전화가 밤늦게건 새벽이건 구별이 없다.
박 수석은 김 대통령의 후보시절 자신이 「경제가정교사」였다는 말을 아주 싫어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대통령이 당시 경제에 대해 가지고 있던 구상과 정책이념을 찾아내 정책화시키는 것이 내 역할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젠 김 대통령이 그때보다 훨씬 더 통계에 정통해지고 경제 등 모든 분야에 대해 자신감이 강해져 중압감을 느낄 정도라는게 그의 솔직한 토로이다.
신경제 1백일 계획이 진행중일 때 김 대통령이 박 수석에게 『정말 잘 돼가는거냐』고 몇번씩 묻고 다짐을 받았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이다.
박 수석의 당장의 고민은 현대사태이다.
국가경제에 미친 손실이 1조몇천억원이고 긴급조정권이 발동되기에 이른 상황이 심각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가 더욱 노심초사하는 것은 이번 사태로 「고통분담」이라는 국민적 합의가 손상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물가문제도 그가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과제일 것이다. 그는 연말까지 5%내 억제목표에 대해 달성을 자신하기보다 「기대」한다고 했다.
신경제 1백일 계획이 당초 목표만큼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기억 때문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박 수석의 최대관심은 역시 신경제 5개년 계획의 성공,그 자체이다. 그는 지난달 신경제 5개년 계획이 발표된후 그 설명과 홍보를 위해 전도사처럼 돌아다니며 각계 인사를 만났다.
김 대통령도 신경제 5개년 계획을 두고 『임기 5년의 역사적 평가가 여기에 달렸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박 수석이 『친구도 좀 만나고 해보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하는게 아쉽고 답답하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푸념에 그칠 수 밖에 없다.
그는 그만큼 여유가 없게 돼있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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