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학교육은 교육선진국들에 비해 형편없이 부실하다. 교수대 학생비율이 선진국 대학들에 비해 3∼4배나 많은 1대 30명꼴이다. 도서관이나 장서 그리고 실험 실습 기자재들까지 비교하면 수치를 나열하기가 창피할 정도다. 그렇게 형편없는 대학교육의 질을 어떻게 해서든 끌어올려야하는게 발등의 불처럼 시급한 대학교육 개혁의 최대 과제다.이 형편없는 대학들이 부설로 경영하는 대학원의 교육이 대학교육보다 질적인 면에서 크게 나은 것이 없다는 것도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1백38개 국·사립 대학에서 부속으로 운영하는 일반 대학원은 현재 1백2개,석·박사과정 학생 5만8천여명이 재적하고 있다. 또 특수목적 대학원인 전문대학원은 2백35개나 되고 재적생이 3만9천명을 넘는다. 대학원의 교수대 재적생 비율은 1대 33명꼴로 학부보다 사정이 더 나쁘다.
일반대학원과 전문대학원 재적생수 9만7천여명은 일본의 대학원 재적생 10만9천명에 육박한다. 우리의 학부 재적생(1백15만명)이 일본의 학부 재적생(2백12만명)의 절반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대학원 지향 학력인플레 풍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알만하다.
그렇다 치더라도 대학부속의 대학원이 실력있는 석·박사를 길러낼 수만 있다면 크게 나무랄 것은 없다. 문제는 그렇지도 못하면서 대학교육을 대중교육쯤으로 생각하고 대학원이라는 더 높은 학력을 얻어야만 행세할 수 있다고 믿는 사회의 잘못된 인식이다. 대학원이 실속없는 학력인플레나 조장하는데 한몫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교육부가 대학원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문의 특성·다양화를 살리기 위해 대학원 교육제도 개선시안 마련에 접근한 것 자체에 대해서는 탓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시안이 제시한 개선방안을 분석해보면 하나같이 이상에 치우쳐 실현성이 희박하다. 또 대학교육과 입시제도 개선 그리고 초·중·고교 등 기초적이고 본질적인 교육개혁을 서둘러야 하는 계제에 대학원 교육제도 개선시안부터 들고 나와 공개세미나를 하겠다는 교육부의 정책의지와 자세가 어딘지 선후가 뒤바뀐 것 같아 보인다.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대학원 교육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수긍하지만 그것이 과연 교육개혁의 본질적인 것이며 제일 먼저 들고 나올만한 과제냐 하는데는 동의할 수 없다. 시안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학부없이 석·박사 과정만을 개설하는 단설대학원」제도 도입은 얼마나 실현성이 있는 것인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우리 현실에서 단설대학원을 과연 어느 누가 꾸려갈 수 있을는지,현실을 정확히 봐야 한다.
대학원 교육여건 개선시책은 자체 교수진 확보와 시설기준 강화 등 큰소리없이 조용히 추진해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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