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권 상실” 파업투쟁 큰부담/노조,명분보다 실리 선택할듯노동부의 긴급조정 결정에 따라 현대 계열사의 노사분규는 새로운 분기점을 맞았다.
지난달 4일 노조위원장의 직권조인 사태가 계기가 돼 현대정공 울산 공장이 작업거부를 시작한 이래 꼭 47일만에 현대 계열사의 노사분규는 「타율에 의한 강제해결」이라는 마지막 수순에 직면한 셈이다.
정부의 긴급조정 결정이 내려진 사업장은 현대자동차 1개사에 불과하지만 현대자동차가 조합원수만 3만명이 넘는 현총련 산하 최대 사업장인데다 매년 현대중공업과 함께 현대 계열사의 노사분규를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사태추이가 주목된다.
정부의 긴급조정 결정이 20일 상오 11시를 기해 내려짐으로써 현대자동차 노조는 사실상 단체행동권을 상실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노조는 오히려 긴급조정 결정으로 단체행동권은 박탈당했으나 선택 가능한 카드는 더 늘어나게 됐다. 첫째 정상조업을 하면서 현재 진행중인 노사교섭을 통해 교섭안을 최대한 유리하게 도출해내는 방안이다.
둘째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이나 최종 중재재정을 받아들일 수 있다. 마지막 세번째는 「불법」을 감수하면서 전면파업 등 쟁의행위를 계속하는 극한적인 투쟁방안도 하나의 시나리오로 상정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선택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물론 첫번째 방안이다.
정부의 긴급조정 결정방침이 공식 발표된 이후 19일 하오 8시부터 20일 0시50분까지 계속된 심야 마라톤 협상이나 20일 하오 1시부터 재개된 협상이 올들어 노사간에 이뤄진 협상중 가장 진지했다고 평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부에서도 19일과 20일의 협상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조심스레 「21일 이전 잠정 합의안 도출」을 기대하고 있을 정도다. 긴급조정 결정방침 발표이후 노조측이 보여준 태도변화를 종전과 비교해보면 잘 드러난다.
지난달 16일 쟁의행위 돌입이후 지금까지 단 1차례도 갖지 않았던 일과시간 이후의 노사교섭에 노조측이 응한데다 20일 노조 기자회견에서는 버릴 수 없는 명분으로 고집했던 해고자 전원복직 조건을 양보 가능한 사항이라고 일단 철회했다. 21일 갖기로 한 전면파업 출정식도 다른 형식으로 바꿀 수 있다고 밝혀 불법쟁의행위의 선을 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긴급조정 결정이 이미 내려진 상황에서 계속 교섭을 거부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계산 때문이다. 긴급조정 결정에 따라 노사교섭과 별도로 중앙노동위의 조정절차가 20일부터 시작돼 이달중 1차 조정안이 나오고 늦어도 8월8일까지는 중재재정에 의한 직권중재가 이루어지는데 직권중재안이 결코 노조측에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중노위의 조정 개시와 함께 노사의 조정위원 1명씩 교차선임 규정에 따라 노조측은 사용자측 조정위원을 3일안에 선임해야 하는데 현대자동차 노조가 조정위원 선임에 응할 것인지 여부가 노조측 태도변화의 가늠자이다.
끝으로 상정했던 노조측의 불법쟁의행위는 지금까지 현총련이나 현대자동차 노조가 일관되게 견지해온 준법 투쟁노선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면파업이라는 극한 투쟁까지 가더라도 노조측이 얻어낼 것이 명분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노조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긴급조정 결정상황 아래서의 쟁의돌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긴급조정 결정은 현대자동차의 분규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노조의 최대 무기인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고 직권중재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감으로써 노조측은 「진지한 협상」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현대자동차 분규가 조기 수습된다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다른 계열사의 노사분규도 빠른 속도로 수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숙제로 남는 것은 법적 최후수단인 긴급조정권을 발동함으로써 정부가 안게 된 부담이다. 앞으로도 분규해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대규모 사업장이 문제가 될 경우 긴급조정권 발동이 계속 거론될 것이기 때문이다.<박정태기자>박정태기자>
□현대분규 사태 일지
▲5·22=현총련 「93년 공동임투 전진대회」
▲6· 4=현대정공 김동섭위원장 임금협상 직권조인
▲6· 5=현대정공 노조 전면 작업거부 돌입
▲6·10=현대정공 노조 쟁의행위 결의
▲6·15=현대자동차 쟁의행위 결의,현대목재 쟁의발생 신고
▲6·16=현대자동차 부분파업,현대중장비 태업 돌입,현대중전기 쟁의행위 결의
▲6·17=현대강관 쟁의행위 결의
▲6·21=경제기획원 상공자원부 노동부 3부장관 대국민 호소문 발표
▲6·22=이인제 노동부장관 울산 방문 설득
▲6·30=현총련 「그룹 대화 불응이면 총파업」 선언
▲7· 2=김영삼대통령 재벌총수 청와대 만찬서 중대결심 선언,대 검 단병호 전노협 의장 검거령
▲7· 5=대검 현총련 간부 등 6명 검거령,이 노동 제3자개입 불용방침 발표
▲7· 7=현대자동차 등 7개사 총파업
▲7·16=이 노동 두번째 울산방문서 타율 해결 가능성 시사
▲7·20=이 노동 긴급 조정결정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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