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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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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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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3대 천국」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첫째는 직업공무원제도가 확립돼 있으니 「관료천국」이고,둘째는 현행범이나 확실한 증거가 없는한 폭력배들을 손대지 못하니 「야쿠자천국」이다. 셋째로 태평양전쟁 패전뒤에 만든 형법이 간첩죄를 삭제했으니,도쿄는 「스파이천국」이 된 것이다. ◆도쿄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구 소련의 KGB 요원 레프첸코가 83년 봄 일본에서 활약했던 간첩활동의 전모를 공개,일본 정계를 발칵 뒤집은 일이 있다. 간첩 레프첸코 소령은 노보에 프레미아(신세대)라는 잡지의 도쿄특파원으로 위장,일본 정계와 언론계에 깊이 파고들었다. 그 결과 3명의 국회의원과 2명의 외무부 직원 그리고 26명의 신문기지와 공안 관계자를 포섭,기밀을 빼냈다. ◆레프첸코가 밝힌 포섭방법은 세가지다. 첫째는 정치인이나 언론인을 돈으로 매수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레프첸코는 자본주의사회 지식인은 의외로 돈에 약했다고 비꼬았다. 두번째가 좌경인사를 이념적으로 포섭하는 수법이다. 마지막으로 미인계 등으로 약점을 잡고 협박하는 악랄한 수법까지 동원했다. ◆일본의 후지TV 서울지국장 시노하라 마사토(조원창인) 기자가 우리 군의 중견 현역장교를 포섭,군사기밀을 빼내서 주한 일본대사관 무관에게 정기적으로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음은 충격이다. 더욱이 율곡사업과 관련해서도 계약서 검토보고서 등 군사기밀이 고스란히 스위스의 좌익계 일간지에 보도됐다니,군기관리와 보안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다. ◆차제에 군사기밀관리의 일대 쇄신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당국의 사대주의적 사고방식부터 고쳐야 한다. 스파이가 가장 쉽게 위장하는 수법은 「특파원」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기자에게는 거미줄처럼 「보도관제」 딱지를 붙여놓은 당국이 외국특파원에게는 극진한 예우를 다하면서 기밀까지 쉽게 유출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어느새 서울도 「스파이천국」이 된 것이 아닌지 주변부터 둘러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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