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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국방장관의 경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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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국방장관의 경우(사설)

입력
1993.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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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사업 비리와 관련된 두 전직 국방장관과 전·현직 군 고위관계자들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권영해 현 국방장관의 동생에게 무기중개상으로부터 거액의 돈이 건네진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고 한다. 놀라움과 충격이 만성화한 요즘이긴 하지만 이 경우는 그에 더해 불쾌감이 엄습한다.율곡사업을 감사한 감사원이 그 발표에서 이 사실을 의도적으로 빠뜨렸던 것도 물론 석연치 않다.

무기중개업체인 학산실업의 대표와 권 장관의 동생은 작년에 처음 알게 됐고 그해 11월께 동생이 사업자금으로 학산실업 대표에게 5천만원을 빌렸다가 율곡사업 특감이 시작된 직후인 지난 5월2일 돌려줬다는게 지금까지 당사자들이 말하고 있는 돈거래의 전말이다. 권 장관은 그런 사실을 몰랐다가 5월초 동생의 실토로 처음 알았다고 해명했고 감사원은 조사결과 돈의 거래가 확인은 되었으나 권 장관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의 학산실업은 여러 군 고위 인사들에게 율곡사업과 관련하여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업체이다. 또한 권 장관은 지난 2월까지 국방차관겸 전력증강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율곡사업의 핵심 실무책임자로 오래 일해온 인물이다. 불쾌한 의혹을 쉽사리 가라앉힐 수 없는 정황이 그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율곡사업 비리가 빙산의 일각이나마 드러나 국민적인 심판을 받고 있는 사실만으로,그 사업의 고위 실무책임자였던 권 국방은 스스로 책임을 느끼고 응분의 처신을 해야 했다는게 일반적인 국민의 시각이요 상식이다. 그런데 바로 동생의 의혹스러운 돈거래가 돌출함으로써 권 국방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할 상황이다. 고위공직자일수록 흠결없는 친·인척 관리와 주변정리가 요구되는 것은 공직의 윤리적 덕목이고 관행이기 때문이다.

국방장관으로서 권위와 도덕성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것이 사실일진대,다른 어느 조직보다 규율이 엄격한 군부를 어떻게 지휘 통제할 수 있겠는지,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돈을 빌렸다」 「몰랐었다」하는 이야기에는 이제 국민이 식상하고 있다. 그것이 설사 사실이라 하더라도 설득력을 잃은지 오래다.

자녀의 대학 부정입학 문제를 「몰랐던」 인사들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요직을 물러난 선례를 우리는 보았고 재산증식에 석연치 못한 점이 있다해서 공직을 물러난 사람도 적지 않았다.

가족의 의문스러운 자금거래를 몰랐다니 다행이고 직접관련 없다니 더욱 다행일는지는 알 수 없으나,공인으로서 당당한 행보가 남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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