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 자료배포 진전 첫 시사/북 강 대표 “우린 비관한적 없다”미국과 북한이 16일 제2차 핵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았다는 첫 시사는 로버트 갈루치 미 수석대표가 이날 하오 『3차 회담을 19일 갖기로 했으며 그때 가면 뭔가 실질적인 성과를 발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나왔다.
○오찬회동뒤 성명서
갈루치 차관보는 이날 강석주 북한측 수석대표와 오찬회동을 마친뒤 미국대표부로 돌아가 두줄로 된 짤막한 성명을 통해 이같은 합의사실을 담은 성명서를 기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이날 속개된 미·북한 회담은 북한측 수석대표 강석주 외교부 부부장이 회담개시 30분전인 9시30분께 회담장인 북한대표부내 「문화오락장」에 미리와 기다리고 20분후 미국측 수석대표 갈루치 차관보 일행이 도착한후 곧바로 시작됐다.
강 수석대표는 회담장 앞에서 기다리던 보도진에게 『안녕하십니까. 수고 많으십니다』고 인사한후 회담전망을 묻는 질문에 『토의를 해봐야 알겠지요. 우리는 비관한 적이 없어요』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회담 시작 10분전에 도착한 갈루치 수석대표는 「굿모닝」이라고 기자들에게 인사말만 던진뒤 『오늘은 코멘트할게 있느냐』는 질문에 1차 회담 때와는 달리 무뚝뚝한 표정으로 안내를 맡은 북한대표부 직원쪽으로 고개를 돌려 『회담장이 어디냐』고 물은후 10m를 걸어 회담장으로 향했다.
○“조선음식 대접했다”
○…양측은 하오 12시20분께 상오 회의를 마친뒤 양측 수석대표가 각각 2∼3명씩의 대표만을 배석시킨채 오찬회담을 가졌다.
북한측의 한 관계자는 『조선땅에 왔으니 조선음식을 대접했다』면서 인터폰을 통해 상오 회담의 성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모르겠다. 저녁에 와봐라』고 대답했다.
회담이 열린 북한 공관은 호수와 공원옆에 위치한 아름다운 전원주택으로 단조로운 시멘트 건물인 미국공관보다 훨씬 아름답다. 넓은 정원에는 채소를 가꿔 공관에 거주하는 공관원들이 먹고 있으며 어린이놀이터 시설도 설치되어 있다.
북한공관은 크게 두동의 건물로 나뉘어 있는데 하나는 사무실용으로 또 하나는 공관원들의 살림집으로 쓰고 있다. 정문 벽에는 금강산 등 북한의 명승지와 고층아파트가 밀집한 평양시가지,공장,어린이악대 연주 등 사진이 붙여진 선전용 사진게시판이 부착돼 이목을 끌었다.
○“관계정상화 아니다”
○…미국측과 접촉을 계속해온 한국측 관계자는 제네바회담을 미·북한 관계개선 회담으로 보는 시각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에서 미북관계 정상화를 점치고 있으나 이 단계는 아니다』면서 『양측 관계개선 회담이 되려면 미국측 수석대표로부터 동아태담당 차관보든지 정부담당 차관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과의 회담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북한측의 태도는 여전해 한 공관원은 『1백년만의 역사적인 수교회담』이라는 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회담 끝나면 기진맥진
○…북한과의 쌍무 정부급 회담 경험이 없는 미국측은 북한과의 회담을 매우 까다롭고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통역을 통해가며 복잡한 핵문제에 대한 상대방의 진의를 파악하기가 너무 힘이 든다』며 회담이 한차례 끝나면 대표들이 모두 기진맥진해 한다고 전했다.
○인공기 마련 애먹어
미국측은 미수교국인 북한과의 회담을 위해 북한의 인공기를 구하는데 애를 먹다가 결국 유엔 선물가게에서 인공기를 구입했다. 1차 회담이 열렸던 강 대표부 테이블은 탈냉전이후 구 소련과의 군축회담이 열렸던 자리로 북한과의 회담도 잘 진행돼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미측 관계자는 말했다.
○…제네바 회담에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영구복귀 문제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서방측 한 관계자는 『뉴욕회담 결과인 탈퇴발효 유보에 굳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며 『중요한 사실은 현재 북한이 NPT 체제안에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다시 나간다는 소리를 안하는한 특별히 문제삼을 필요가 없다』고 말해 북한이 제네바회담에서는 NPT를 더이상 협상카드로 쓰고 있지 않음을 암시했다.
○…제네바회담이 1차,2차 모두 하오 6시 넘어 끝나자 이번 회담에 가장 관심이 큰 한국과 일본 기자들은 뉴스의 중요성과 시차로 인한 본국 신문 마감시간 때문에 위성을 이용한 휴대용 핸드폰 등 첨단장비를 동원하며 취재에 열을 올렸다.
2차 회의에는 1차 때보다 많은 50여명의 내외신 보도진들이 몰려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였다.
외신기자들은 한국특파원들에게 회담전망을 질문하거나 북한 대표와 공관원들이 한 말을 통역해달라고 요청했다.<제네바=한기봉특파원>제네바=한기봉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