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 정치테러사건을 수사한 국방부 검찰부는 당시 정보사령관이었던 이진삼 전 체육부장관,당시 보안사 정보처장 박동준 예비역 소장 등이 개입한 혐의사실을 서울지검에 통보함으로써 이 사건에 대한 검찰측 수사가 본격화하게 됐다. 당초 하위직 몇사람만의 소행으로 위장됐던 정치테러행위가 실은 군의 지휘계통에 따라 조직적으로 자행된 것이며 거기에는 당시의 정보사령관과 보안사 간부가 함께 연루돼 있다는 것이니,수사진행에 따라서는 테러행위의 최고책임이 누구에게까지 확대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이제까지 밝혀진 정치테러의 내용은 85년 당시 김영삼 민추협 공동의장의 자택에 침입하여 탁상일기 등을 훔쳐낸 것을 비롯,야당 부총재를 폭행한 것,또 다른 야당 중진을 폭행하려고 시도한 일 등이다. 이런 짓을 군의 정보기관 총책과 수사기관 간부가 일삼아 「지휘」하고 저질렀다는 것이다.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그 당시 우리 사회의 시각은 몇세기나 뒷걸음질 해 있었던 것일까.
아무리 너그럽게 생각해도 그런 암흑시대형 테러를 현역 군인들이 주도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 기회있을 때마다 우리는 전후방의 각 부대 장병들이 박봉과 열악한 여건을 감내하면서 국가가 직면할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 가장 먼저 뛰어들 태세를 견지하는데 대해 안쓰러운 마음을 가지고 격려를 아끼지 않아왔다. 그들을 믿는 마음은 변할 수가 없다. 그들은 과연 긍지를 지닐만한 명예로울만 한 것이다.
그런 반면에 시대를 뒷걸음질한 일부 군인들이 정치테러를 「공작」한 행위야 말로 군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은 물론이고,반시대적 반군적 범죄로서 규탄받고 처벌받아야 할 일인 것이다.
최근 잇달아 드러나고 있는 군사기밀 누출,진급비리,율곡사업 관련 수뢰 등 땅에 떨어진 군기강에 설상가상으로 정치테러사건까지 겹친 상황은 지나간 시대 군의 정치개입으로 잘못 길들여진 우리 사회 인사문화의 해악이 얼마나 독한 것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장교가 외국인에게 군사기밀을 유출시키고 뇌물에 눈이 어두워 무기선정을 그릇되게 하며 군인들이 아무런 죄의식없이 정치테러를 하도록 사회분위기를 만들어놓은 당시의 군지도층 인사들에겐 엄중한 국민적 문책이 따라야 한다. 청문회를 못할 이유가 없고 국민의 이름으로 해명을 요구하지 못할 이유 또한 없다.
지금까지 저질러진 군관계 범죄나 비리에 대해 단순히 군만을 비판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생각이다. 군이 범죄에 빠져들게 된 정치적·도덕적 환경에 대해 심도있는 점검과 반성이 함께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런 일들」이 생길만한 토양이 있었다면 「그런 일들」의 재발을 막고 군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 썩은 토양을 면밀히 살피고 뒤집어 싱싱한 토양으로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다.
어느 분야에 대한 사정에도 성역이 없다는 다짐을 정보사 정치테러에 대한 수사에서만은 국민이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검찰은 성역없는 수사로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앓아온 곪집을 확실하게 도려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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