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지조사·세미나 도입 의욕과시/“정부안 통과의례” 과거 틀 벗어민자당의 예산 다루는 모습과 방식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작년까지만해도 당정간의 새해 예산심의는 단순한 「통과의례」에 불과했다. 정부측 안을 당측이 거의 그대로 수용하기 일쑤였고 회의내용도 「협의」라기 보다는 「설명청취」에 가까웠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민자당은 예산심의도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올해 예산심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당예결위원들의 「실지조사」. 예결위원들이 정부 예산집행 현장을 직접 찾아가 예산운용 실태를 살펴보고 문제점 등을 추출,예산심의에 반영시킨다는 것. 이는 김중위 예결위원장의 아이디어로 『예산심의는 현장감을 갖고 해야 탁상공론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게 그 취지다. 일부에서는 『그게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 『괜히 다른 부작용만 낳는 것 아니냐』는 등의 이의제기도 있었으나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게 당지도부의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30여명의 예결위원이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조사반을 편성,23일부터 24일까지 집권 여당 사상 초유의 예산 실지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실지조사를 모두 마치면 예결위원들은 26일 그 결과를 놓고 세미나를 가질 예정이다.
이 모임에서는 김 위원장이 예산심의 방향에 대해 발제를 하고 나오연의원이 세입개선문제,이강두의원이 세출구조 개선문제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를 한다. 또 실지조사 결과와 세미나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정부측에 공식문서로 전달,기획원의 예산편성 과정에 반영되도록 할 계획이다.
예산심의 절차의 다단계화,예산심의 기간의 연장 등도 눈에 띄는 변화들이다.
먼저 예산심의 절차면에서 민자당은 처음으로 2단계 방식을 택했다. 1단계에서는 14∼22일까지 정부 각처의 예산요구서를 놓고 상임위별로 회의를 갖는다. 예결위원장과 간사,예결위 소과분과위원 등도 참석한다. 2단계는 상임위원들은 배제한채 예결위 차원에서 기획원의 예산 조정안을 놓고 심의하는 것. 8월21일부터 27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종전에는 기획원의 최종 조정안만을 대상으로 각 국회 상임위별로 돌아가며 부처별 예산조정 내용을 심의하는게 고작이었다.
이처럼 예산심의 절차가 철저해지다보니 그 기간도 과거의 1주 정도에서 2∼3주로 대폭 늘어났다.
심의내용도 과거의 사업·계수조정 차원에서 벗어나 개혁적인 제도개선 문제까지 그 폭이 넓어지게 됐다.
실지조사와 예결위원들의 연구 등을 통해 제도적인 문제점을 찾아내 이를 바로 잡음으로써 예산조정의 효과까지 얻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당측의 의욕에도 불구,향후의 예산심의는 매우 어려운 항해가 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우선 예산편성상의 기본방침을 놓고 당정간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세수확보의 어려움 등을 들어 새해예산을 「매우 짜게」 편성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민자당은 『새정부 출범후 첫 예산이니 만큼 되도록 많은 공약사업과 신경제 5개년 계획 실천방안을 담아내야 한다』면서 『적자예산 편성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세부적으로 정부측은 목적세의 신설을 통해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을 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민자당은 가급적 이를 피하자고 말하고 있다.
어떻든 민자당은 이번 예산심의를 새로운 「개혁마인드」의 실험장으로 삼는다는 의욕 아래 『과거의 틀을 깨는 동태적인 예산심의 형태를 보여주겠다』는 각오이다.<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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