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에 흩어져있던 한국학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여나라에서 6백여명의 학자들이 미국 동중부의 최북단인 미시간주 랜싱시로 달려왔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주도 랜싱시에 있는 미시간주립대학(MSU) 캠퍼스안의 평생교육원 켈록센터에서 학자들은 「한국학의 큰마당」을 펼쳤다.참가자들은 모국에서 온 학자들이 제일 많았다. 2백명이 넘는 그들중 절대다수는 대학의 교수들이었으나 정치인·경제인·연극인·영화인 등 여러분야의 전문가들도 끼여있었다. 회의를 주관한 재미 학자들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러시아·중국·일본·독일·호주·맥시코·아르헨티나·헝가리·우즈베크스탄·카자흐스탄 등 지구 곳곳에 사는 동포학자들이 고루 참가해 범세계적인 학술회의가 됐다.
참가자수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발표된 논문의 수량과 다양성면에서도 한국학 학술회의 사상 신기록을 세웠다고 할만하다. 「21세기를 향한 한반도의 변환」이라는 주제아래 4일동안 계속된 1백22개 학술논문 발표장에 올려진 논문은 자그마치 4백편이나 됐다. 연인원 7백89명이 발표를 하고 논평과 토론에 참가했다.
논문의 내용들도 광범위하고 종합적이며 심도가 있었다는게 회의를 주관한 학자들의 평가다. 학술회의는 미국에 사는 동포학자들의 모임인 재미 국제고려학회와 미시간주립대학과 한국의 한양대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김종량 한양대 총장은 기조연설에서 『세기말의 한반도가 지금 어떠한 변화를 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진단하고,다가오는 21세기를 향해서 어떤 방향을 설정하고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다양하게 토론하여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더 이상 질척대고 있을 시간이 없다. 미래를 정확히 예견할 철학적 예지를 가지고 21세기를 향한 대응전략을 마련해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새세기의 세계사 창조대열에 참여자로 설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이 학술회의가 갖는 의미는 심장하다. 회의에서 발표되고 토론된 주제들중에서 대응전략이 될만한 것들을 다시 엄선해서 구체적인 실천계획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기왕의 학술회의처럼 학회지에 종합보고서로만 수록되고 만다면,이 회의에 바친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과 열과 성이 너무 아깝고 무색하지 않겠는가.
이번 학술회의는 해외 여러나라에 산재해 있는 동포학자들의 「마음의 통일」을 모색해 보자는 뜻도 아울러 있었다고 한다. 대회환영위 의장 임길진박사(미시간주립대 국제대학장)는 해외 동포학자들은 같은 한국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면서도 동서냉전의 시대적 상황논리에 따른 이념적 반목,지역분리주의,분야별 분파주의로 갈려 한국학의 정통성 확립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돼왔다고 실토한다. 그래서 이번 학술회의를 통해 동포학자들이 한자리에서 얼굴을 맞대고 기탄없는 학문적인 비판과 논쟁을 하고,동포애를 나눔으로써,이해와 설득과 합의를 이루게 된다면 마음의 빗장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서 북한 학자 20여명을 초청,꼭 참석하도록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그들은 끝내 오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주최측의 뜻대로 그들도 참석해 학문적 갈등의 장벽을 조금이라고 낮추고 얼어붙은 마음속으로 동포애의 온기를 실낱만큼이라도 전할 수 있었다면,「한국학의 큰마당」은 훨씬 더 넓어 보였을 것이다.<미시간주 랜싱에서>미시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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