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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개혁부응” 첫걸음/「조계종 재산공개」 결의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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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개혁부응” 첫걸음/「조계종 재산공개」 결의의미

입력
1993.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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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본연 회복” 제도적 틀마련 중점/「70년대초 60조대」 재산규모 파악 계기/“서 원장 종단 영향력 강화 포석” 시각도불교 조계종이 14일 원로회의를 통해 전국사찰의 재산과 재정을 공개키로 한 결의는 문민정부 출범이후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개혁작업과 맞물려 종교계는 물론,국민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조계종이 불교뿐만 아니라 국내 최대의 종교단체(93년판 한국종교연감에 의하면 스님 1만1천5백80명,신도 9백12만5천여명)인데다 조계종의 조치가 개혁의 흐름에 동참하는 종교계의 가시적인 첫번째 시도라는 점에서 조계종의 개혁의 발걸음은 불교이외의 타종교에서도 주의깊게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혁명적 조치」로까지 평가되는 조계종의 개혁작업이 긍정적인 결실을 거둘 경우 그 결과는 엄청날 것으로 종단 안팎에서 내다보고 있다.

우선 불교가 이 땅에 전래된 이래 1천6백여년동안 베일에 감춰진 불교재산(부동산 및 동산)의 규모를 어느정도나마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조계종에서 발행하는 불교신문은 70년대초 정부예산이 2조원 정도일 당시 사찰재산이 6조원 규모에 달하는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다. 이 기사는 사찰재산의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하지 않고 있지만 이 내용만 갖고도 사찰재산이 얼마나 방대한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70년대초는 부동산가격이 지금처럼 폭등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조계종의 재산공개는 개신교 천주교 등 타종교에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칠게 확실하다. 이유야 어떻든 종교단체가 개인의 상상을 불허하는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믿는 대다수 국민의 시선을 의식한다면 타종교도 도덕적 차원에서 조계종의 개혁작업을 바라만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조계종이 이날 원로회의(의장 서암스님) 결의형식을 빌려 밝힌 개혁안은 한마디로 삼보정재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실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이날 원로회의에는 구성원 15명 가운데 9명이 참석했다).

조계종 총무원(원장 서의현스님)이 원로회의의 결의에 따라 밝힌 개혁의 방향은 대체로 세가지로 집약된다.

첫째,25개 교구 산하 1천7백여 사찰의 기본재산을 20일부터 두달동안 총무원에 등록하고,총무원은 등록된 재산에 대해 다시 두달 이내의 실사를 거쳐 그 내용을 불교신문에 공개키로 했다. 사찰의 기본재산은 임야·전답·대지·건축물 등 부동산과 동산 일체를 포함하고 있다.

둘째,전국 사찰의 연간 예산(수입·지출)을 공개토록 했다. 즉 종단의 모든 사찰은 편성된 연간 예산을 총무원에 신고하고 총무원은 중요사찰의 예산을 불교신문에 공개토록 한 것이다.

이와함께 사찰예산이 사회사업·복지사업·불교를 위한 사업과 같은 공익 불사를 위해 편성되었는지도 감독하고 감사를 통해 예산이 정당하게 집행됐는가를 실사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지금까지는 전국교구 본사와 법에 의해 제정된 공개관람료를 징수하는 사찰만 감사대상이었다. 말사는 교구본사의 감사를 받아왔다.

마지막은 이같은 개혁안을 실천에 옮길 제도적 뒷받침이다. 조계종은 제도적 장치마련을 위해 빠른 시일내에 중앙총회(국회에 해당)를 소집하여 종헌을 개정,기본 재산등록과 예산공개에 불응하는 행위와 공익재산의 개인화를 막는 조항을 추가할 예정이다. 종헌종법의 개정내용에는 각 교구본사가 총무원에 내는 의무금 납부를 거부하거나 사찰의 기본재산 임의처분 또는 종단장(총무원장) 승인없이 임대행위 등 공공재산상 손실을 끼친 행위자는 주지직을 파면하거나 경고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조계종은 종단의 최고권위기관인 원로로 구성된 소위원회가 재산등록의 제반문제를 담당토록 했다. 5인 소위원회의 위원으로는 원로회의 의장 서암스님을 비롯해 혜암 석주 원담 운경스님이 뽑혔다.

이들 5인 소위원회로 하여금 이번 개혁안의 핵심인 사찰재산의 등록과 실사를 지도·감독토록 한 조치는 개혁과정에서 예상되는 일부 반발세력의 저항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서의현 총무원장은 개혁방안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사찰의 재산과 재정공개는 2천만 불자와 국민의 여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종단의 자율적인 결의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영삼대통령이 취임초기 개신교와 불교 지도자와의 잇단 만남에서 종교계의 개혁을 강조한바 있으며 이민섭 문체부장관 역시 최근 비슷한 내용의 발언을 한 흐름을 볼때 사전에 어느정도 관계당국과의 교감을 거쳤을 것이라는 교단 안팎의 일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조계종이 이처럼 사찰재산과 재정의 공개를 결의한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사찰재산의 규모를 파악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불교진흥책을 마련하는 한편 사찰재정의 공개로 불자들이 희사한 정재가 불교발전과 사회구제활동에 올바로 쓰이게 하자는 취지이다. 사실 극소수 일부 스님의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생활태도(서의현원장은 호텔생활 등 호화생활을 하고 부조리한 행동을 하는 일부 스님의 행태가 마치 전체스님의 모습인양 오도되고 있다고 포함)가 불교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훼손한 측면도 없지 않아 이를 바로 잡자는 의도도 있다.

사찰의 재정은 크게 불자들이 희사하는 시주금(불전)과 사찰 부동산의 임대에서 나오는 임대료 등이 주수입원이다. 그런데 일부 사찰을 제외하고는 사찰재정의 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불교계의 현실이다. 사찰에 따라서 일년 예산의 규모가 천차만별이지만 사찰공개 관람료의 징수를 받는 사찰은 비교적 재정이 넉넉하다.

사찰공개 관람료 징수사찰은 국가지정 44개,시도지정 15개 등 모두 59개이다. 주요사찰의 지난해 징수실적을 보면 불국사(26억) 석굴암(16억) 신흥사(14억) 등이 10억원대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관람료는 법에 의해 용도가 명확하게 지정돼 있다. 징수액의 30%는 해당사찰이 위치한 시·도지사와 주지사 공동 예치해 문화재 보수에 사용된다. 12%는 총무원의 교육비 분담금으로 지출되며 나머지 58%가 해당 사찰에서 쓸 수 있는 액수이다.

조계종의 개혁과정에는 여러가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일부 소장 스님들의 『사찰 재산공개와 더불어 스님 개인재산의 공개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은 접어두고라도 전통사찰 보존법의 규제대상에서 벗어난 사찰의 경우 재산등록을 강제로 하는데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조계종은 물론 불교계 각 종단의 사찰은 전사법이 규정하는 전통사찰과 기타사찰로 구분돼 있다. 80년대말 불교재산관리법의 폐지에 이어,대체입법으로 마련된 전사법이 지정하고 있는 전통사찰은 모두 8백50여개로 집계돼 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조계종 소속 사찰이다. 따라서 조계종의 1천7백여 사찰중 약 절반가량이 전통사찰인 셈이다. 전통사찰은 문체부장관이 건립된지 50년 이상되며 문화재로 보호가치가 있는 사찰 가운데서 지정하게 돼있다.

조계종 소속 전통사찰의 경우 경내지의 처분은 주무장관인 문체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전사법이 규정하고 있다. 경외지는 조계종의 종헌·종법상 총무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사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나머지 사찰의 상당수는 해당 사찰의 주지가 개인적인 역량으로 건립하고 키운 사찰이기 때문에 이들 사찰의 경우 재산등록을 거부해도 총무원이 제재할 수 없다. 종단에서 탈퇴할 경우 제재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조계종단 자체가 임의단체이기 때문에 전사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사찰은 전사법이나 종헌·종법에 의한 제재의 수단이 없는 셈이다.

개혁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대목은 현재의 서의현 총무원장 체제에 비판적인 시각을 지닌 스님들의 의혹을 씻어주는 일이다. 이들은 개혁의 명분뒤에 비판적인 세력을 제어하기 위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종헌 종법만으로도 사찰재산의 임의처분 등을 막을 수 있는데도 개혁의 내용과는 거리가 있는듯한 의무금 납부거래에 대한 처벌조항을 신설하려는 움직임 등을 그예로 들고 있다.

또 소장스님과 학인스님을 축으로 한 비판세력은 개혁의 대상이 개혁작업을 이끌어 성공의 가능성이 없다고까지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전사법의 7·8조는 공직자윤리법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전통사찰 재산의 목록작성과 방법이 규정돼 있다. 부동산의 경우 ▲토지 및 임야 소재지,지번 지목 및 면적 ▲건물소재지 명칭 구조 용도 건평 및 그 유래를 명기토록 하고 있으며 부동산의 경우도 종류 명칭 구조 규격 용도 수량 및 그 유례를 적어 주무부서인 문체부에 재산내용과 증감사항을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문체부에는 이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이기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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