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상오의 마포 민주당 중앙당사는 여느 때처럼 텅비어 있었다. 상오 10시가 넘도록 당무기획실의 문은 잠겨 있었고 보선을 앞두고도 조직국에는 여직원 2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그나마 총무국에는 10여명의 당직자들이 나와 앉아 있었으나 회담을 나누는 정도였다. 하위당직 인선을 질질 끌어온 지난 4개월동안의 낯익은 당사풍경이다.
같은시각 국회 민주당 대표실. 이기택대표를 비롯한 9인 최고위원이 머리를 맞대고 미루고 미뤄온 하위당직 인선문제 논의에 나섰다. 상오 9시에 시작된 이날 회의는 정오에 일단 휴회했다가 하오 3시에 속개돼서도 지루하게 이어졌다.
그러던 회의는 보선 공천심사 등으로 시간을 끌다 인사문제는 본격 거론하지도 못하고 15일로 다시 결론을 미뤘다.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는 하위 당직인선을 둘러싼 이같은 진통은 민주당의 구조적 한계인 「중심부재다극화」 양상의 적나라한 표현이다.
한때 명주·양양 보선승리,청와대 영수회담 등을 통해 중심을 잡아가는가 싶던 당의 구심력이 다시 그 실체를 드러낸듯 했다.
하위당직은 당의 「손발」이다. 따지고 보면 3월11일 전당대회에서 새지도부가 구성된 이후 손발도 없이 큰일을 여럿 치러냈다. 실제로 당직자들은 『돌이켜보면 두차례의 보궐선거와 5,7월 임시국회를 어떻게 치렀는지 신기할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목이 날아갈지 어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이 어떻게 손에 잡히겠느냐』는 푸념이 중앙당사는 물론이고 곳곳에서 한결같이 쏟아져 나왔다.
이같은 결정지연이 9일 최고위원의 「자기몫 찾기」에서 비롯되었음은 물론이다. 한때 당 10역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가 이 문제를 다뤄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10역도 계파간 「나눠먹기」의 산물인 탓에 한달반만에 손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위로 넘긴 것은 9인9색을 충족시킬 복잡한 순열조합 맞추기에 실패한 때문이었다.
나눠먹기식 인사는 야당 스스로도 인정하는 고쳐야할 관행이다. 그런데도 또 다시 구태를 재연한다면 무엇으로 민주당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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