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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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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6백년의 고도임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고도를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웅장한 북한산을 등에 지고 멀리 한강수를 내다보며 자리잡은 경복궁 등 4대궁과 국보 1호인 남대문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경복궁은 왕조시대의 유산이기에 앞서 서울의 심장이나 마찬가지다. 경복궁이 있어 서울은 고도로서 자랑스럽다. ◆그렇지만 딱하고 부끄럽다. 긍지의 터전에 치욕이 가로 타고 앉아있기 때문이다. 구 중앙청 현 국립중앙박물관,하지만 그것은 분명 조선총독부 건물이다. 역사의 명암이란 이런 것인가. 수난과 비극의 상처는 이토록 아물기가 어려운가. 옛 조선총독부 건물에 대한 처리와 결론을 광복 반세기에 이르기까지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편에서는 거대한 전쟁기념관이 들어서고 있다. ◆옛 조선총독부 자리와 전쟁기념관,이 둘은 어두운 역사의 그늘이기도 하다. 잊고 싶어도 잊지못할 고난의 상징이다. 마침 전쟁기념관 완공을 앞두고 경복궁 복원에 따른 총독부건물 철거문제가 연계되어 다시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전쟁기념관을 고쳐 국립중앙박물관을 그곳으로 옮기자는 의견이 일각서 제기되자 김영삼대통령이 그 논의를 백지화시킨 것이 그것이다. 백지화시킨 배경과 우여곡절에 대해서는 추측만 분분할 뿐이다. ◆이런 가운데 사학계에서 무게있는 의견을 내놓아 논의를 재연시키고 있다. 민족정기와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해 전쟁기념관 건설을 중지하고 옛 조선총독부는 철거해 경복궁을 완전하게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 사학자들의 의견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전도 당연이 뒤따라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로써 우리 사학계의 뜻은 일단 정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남은 과제는 정부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청회와 국민여론의 수렴이다. ◆사학자들의 주장대로 우리는 식민지시대의 청산과 냉전체제로 인한 상처수습에 적극 나설 시기에 서있다. 이것은 통일대업의 기초작업이라해도 될만하다. 자꾸 뒤로 미루거나 흐지부지 넘길 일이 아니다. 우선 시급한 것은 원칙의 합의다. 시기와 비용문제는 그다음 순위이다. 고도의 면모를 되찾는 사명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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