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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평양시대 동반자 재확인/한·미 정상회담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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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평양시대 동반자 재확인/한·미 정상회담의 의미

입력
1993.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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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적 국제 교역질서에/대등한 입장서 협력다짐김영삼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10일 정상회담에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양국 정상은 북한 핵문제 해결과 주한미군 감축유보 등 안보협력문제를 비롯,경제통상문제와 아태지역 협력방안 등에서 모두 견해를 같이했다.

물론 이번 회담에서는 양국간에 급히 타결되어야 할 현안은 없었다. 따라서 서로 딴 목소리를 낼 여지가 처음부터 적었다.

쌀 등 농산물시장 개방문제는 거론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회담자체가 그 성과를 보장할 여러 상징적 의미들을 지니고 있었던 측면도 크다.

우선 이번 회담은 한국의 문민정부가 출범한뒤 최초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다. 또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후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사실상 처음으로 방문한게 바로 한국이다.

클린턴 대통령으로서는 동경 G7(서방선진 7개국) 정상회담이 효과적이지 못했다고 보았기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으로서도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안아야했던 정통성 문제 등의 정치적 부담이 전혀 없었다.

이런 여러가지 점들이 회담의 성과를 보장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양국 정상은 우선 외교·안보면에서 양국이 굳건한 동반자관계임을 거듭 확인했다. 국제질서 개편과정에 관계없이 양국관계가 더 심화 발전돼 갈 것임을 국제사회에 알렸다는 의미가 있다.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역점을 두고 논의한 사항은 역시 북한의 핵문제 해결방안이었다. 양국 정상은 북한에 대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완전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수용 및 남북 상호사찰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으로 핵의혹을 조속히 해소할 것을 촉구했다.

양국 정상은 이어 북한이 끝내 핵문제해결에 긍정적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의 「적절한 대응」이 불가피할 것임을 경고했다.

북한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북한 2단계 접촉과 남북대화에서의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클린턴 대통령은 특히 확고한 대한 방위공약 준수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핵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주한미군 추가감축을 유보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양국 정상이 대등한 입장에서 아태지역 집단안보체제의 틀을 구성하는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국회 연설을 통해서도 밝힌 것처럼 김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강력한 집단안보체제로서의 신태평양 공동체 구성방안을 제시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일본에서의 연설에서 밝힌대로 아태경제협력(APEC)를 정상회담으로 격상시켜 러시아와 중국 등도 참여하는 안보협력기구로 발전시켜나가자는 장기적인 대아시아 정책구상을 가지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미 APEC 정상회담을 지지한다고 밝힌바 있다.

김 대통령은 이날밤 만찬사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신태평양 공동체」를 주장한 것을 유념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점들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회담은 외교안보문제에 중점이 두어졌다.

이번 회담에 미국측에서는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 레스 애스핀 국방장관 앤터 니레이크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클린턴 대통령을 수행했다. 미국의 안보문제를 담당한 세 포스트가 동시에 대통령을 수행해 외국방문에 나선 것은 드문 일로 이번 회담의 의미를 부각시켰다.

상대적으로 양국의 경제통상문제는 비중있게 다뤄진 것 같지 않다.

지적소유권과 쇠고기협상에서는 이미 양국간에 원만한 합의가 있었고 쌀 등 농산물시장 개방문제는 뒤로 미뤄져 경제통상면에서 양국간에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측은 회담에서 금융시장 개방 등 영업환경 개선문제에 관심을 표명했다.

양국 정상은 또 지난달 양국 정부간에 합의된 「한미 경제협력 대화기구」를 공식 발족시켜 양국간 경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완화와 경협 증진방안을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 기구가 양국의 경제 동반자관계를 확대하는 실질적 순기능을 할지,일방적 주문과 압력을 위한 창구로 작용할지가 주목된다.

정치·경제적 개혁추진이란 공통점을 지닌 양국 정상이 개인적 우위를 다졌다는 점도 이번 회담의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양국 정상은 11일 다시 조깅과 배석자없는 조찬을 함께하며 앞으로 4∼5년 한미관계의 기초가 될 「개인적 우의」를 더욱 돈독히 하게 된다.

양국은 상징적 의미가 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관계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고 할 수 있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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