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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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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권위주의 시대에서나 「통치행위」라는 낱말이 자주 등장하여 국민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있다. 더욱이 개혁의 산실이어야 할 청와대가 두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조사를 반대하는 방패막이로 다름아닌 「통치행위」를 내세우는데 어리둥절해진다. ◆「통치행위」라는 말을 제일 먼저 사용한 사람은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다. 당시 이 부장은 72년 7월4일 「남북 7·4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의 통치행위로써 평양을 다녀왔다』고 말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했다.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보부 책임자인 이 부장의 방북행위가 「통치행위」로 설명된 것이다. ◆그 당시 이 부장의 행적에 대해서 아무도 반공법을 위반한 위법행위라고 반론하는 사람이 없었다. 국가장래를 위한 대통령의 초법적인 정치결단으로 이해됐기 때문이었다. 이 부장 자신이 「7·4 공동성명」을 박 대통령의 통치권 행사의 결과라고 규정했지만,헌법학자들도 통치작용에 기인한 행위라고 그 타당성을 인정했다. ◆이회창 감사원장은 「통치행위」에 대해 『국정의 기본방향을 제시하거나 국가적 이해를 직접 그 대상으로 하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행위』라고 정의했다. 이런 잣대에서 보면 분명히 노 전 대통령의 차세대기 기종변경 지시는 법에 따른 행정의 차원이지,고도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볼수는 없다. 그러므로 「통치행위」를 내세워 감사원의 조사에 압력을 행사하는 자세는 납득키 어렵다. ◆대통령은 헌법상 두가지 특권을 누린다. 첫째는 내란과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것과 둘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받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행정행위라 할지라도 비리의 의혹이 있다면 일반공무원과 똑같이 그 부분에 대한 감사원의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사정과 개혁의 중추세력이어야 할 청와대에서 비민주적인 「통치행위」를 들어 감사원의 조사를 막는 것은 국민정서에도 합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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