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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행위인가 성역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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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행위인가 성역인가(사설)

입력
1993.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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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사업」과 「평화의 댐 건설」에 관한 감사원 특별감사의 일환으로 두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문제가 그 당부와 시기문제 등을 둘러싸고 혼선을 빚고 있음은 매우 실망스럽다. 특히 혼선을 빚게 된 까닭이 청와대쪽의 완곡한 반대에 부딪친 결과라는 보도가 틀리지 않다면 실망과 허탈감을 넘어 유감스러운 사태라 아니할 수 없다.「성역없는 사정」을 외쳤던 청와대와 「외부 간섭없는 감사」를 내세웠던 감사원이 두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의도적으로 비껴가는 것이라면,사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김영삼정부의 개혁노력은 결정적인 걸림돌을 만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청와대가 두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조사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대통령의 이른바 「통치행위」와 「나쁜 관례」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임기중 통치행위가 감사원이나 수사기관의 조사대상이 된다면,전직 대통령들은 앞으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조사를 받는 것이 관례가 될 것이며 자칫 잘못하면 이같은 나쁜 선례가 정치보복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현재 드러나고 있는 명백한 사실과 의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의 조사와 국방부의 문서에서 확인한 사실을 종합해볼 때 차세대 주력전투기의 기종을 FA18에서 F16으로 바꾸는데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결정을 내린 장본인은 다름 아닌 노 전 대통령이며,따라서 그가 관여한 부분에 대한 충분한 해명은 그 방식이 어떤 것이든 불가피한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비록 대통령 재임기간중에 있었던 행정적 결정이 대통령 고유의 권한 범위안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비리와 의혹의 대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상 이를 해명할 도의적 책임은 본인에게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3일자 본란을 통해서도 두 전 대통령이 스스로 국민앞에 나와 율곡사업중에 개입한 부분과 평화의 댐 사건에 관해서 각각 해명할 것을 권고했었다. 거듭 당부하거니와,두 전 대통령은 「통치권 행위」라는 방패아닌 방패뒤에 숨어있지 말고 떳떳하게 당시의 상황을 밝혀주어야 할 것이다.

사실 통치권 차원이라는 것은 이회창 감사원장도 지적한 것처럼 지난 70년대 반공법이 엄연히 살아있는 상황에서 이후락 당시 정보부장이 평양을 방문,김일성과 회담한 것과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국가장래를 위해서 대통령이 결단하는 초법적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법테두리안에서 이뤄진 대통령의 정상적인 행정행위가 모두 통치권 차원에서 「면죄」의 대상이 된다면 대통령은 현대판 군주나 다를바가 없게 된다.

국방부가 88년부터 92년까지 5년동안에 외국에서 수입한 무기값의 총액이 5조7천억원이나 되고 그 과정에서 국내 무역상에 지급된 공식 수수료만 3백여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창군이래 최대 의혹사건이라고 할 율곡사업 비리와 평화의 댐사건을 한점 부끄러움이 없도록 파헤치기 위해서는 당시의 최고 통치자인 두 전 대통령의 소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지금 국민들은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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