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3년째 추진하고 있는 고교교육체제 개혁시책이 지지부진하다. 개혁시책을 착수할 때 보였던 교육부의 의욕마저 시들해진 탓인지,「개혁 3년의 실적」이 당초 계획에 훨씬 못미치는 상태다.교육부가 「인문고=68.4%」 「실업고=31.6%」로 돼 있는 인문고 편중의 고교교육체제를 91∼95년까지 5개년계획으로 50대 50으로 체제를 뜯어 고치고,인문고교에도 취업과정을 둬 인문고 재학생의 35%까지도 대학에 가지않고 취업쪽으로 유도해 과다한 고학력 지향풍조를 근원적으로 해소해 이 나라 교육만병의 근원을 치유하겠다는 시책을 90년 5월 발표했을때,꼭 성공적으로 추진하기를 고대했었다.
고교교육체제 개혁으로 고졸자의 67.5%를 취업쪽으로 유도하여 대학진학 희망자를 32.5%까지 낮출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교육 반세기의 숙제」를 푸는 혁명적인 교육개혁이 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 조용한 「교육혁명」이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들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나는 이미 강조했었다.
그 첫째는 계획수립의 여건이 됐던 「공고졸업자 1백%,기타실업계 고교졸업자의 80% 이상 취업」이라는 고졸자 취업률 호조가 계속 되도록 기업들이 과감하게 고졸자를 채용해 주고,학력간 임금격차도 지금보다 더욱 좁혀줘야 한다.
둘째는 앞의 여건들이 실현되어 학부모나 학생들이 「구태여 4년제 대학을 가지않아도 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일반화돼서 실업고 지원사태가 나고 인문고내의 취업과정 배정에도 저항감없이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분위기의 성숙이다. 이상의 전제여건 마련은 범정부내지는 범사회적으로 대처해야 할 과제다.
교육부와 일선학교가 할일은 기업들이 불만없이 채용할 수 있는 알찬 취업교육을 해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취업교육을 담당할 교사와 실험실습기자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교육투자를 대폭 확충해 줬어야 했다.
그런데 6공정부는 그것을 해주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의욕만 앞서고 전제조건 충족이 안된 탓으로 전체 인문고교생과,실업고교생비율은 아직도 「64.86대 35.14」로,여전히 인문고 편중을 면치 못하고 있다.
3년실적이 「3.54%포인트」를 전환하는데 그쳤다면,2년 더해서 50대 50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은 저조차원이 아닌 실패차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교육개혁의 기본방향 설정은 고교교육체제 개혁과는 다른데로 초점을 맞추려는 것처럼 보인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의 고교교육체제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점은 이번 교육개혁에서도 고쳐지지 않을 것 같아 더욱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현재와 같이 인문계 위주로 짜여진 고교교육체제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우리 중등교육의 깊은 병을 고칠 수는 없다. 때문에 고교교육 체제개혁을 늦추거나 포기해서는 결코 안된다.
무엇이든 뜯어고쳐 새 것으로 대체하는 것만이 개혁은 아니다. 고교교육체제 개혁 완성이야말로 진정한 중등교육 개혁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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