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다. 타협의 원칙을 일상사에 접목시킨 생활철학인 셈이다. 일상사에서 이러할진대 민주주의의 보루라는 국회에서는 가히 금과옥조로 통용될 법하다. 더욱이 개혁시대를 맞아 달라지고자 하는 국회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그러나 6일 국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이런 기대감을 산산조각내고 말았다. 타협과 정치력은 온데간데 없이 맞제소,비방 등의 구태만이 난무했다.
이날 상오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 지난 3일 본회의에서 이부영 최고위원의 대정부질문을 물리적으로 방해한 심형식의원(민자)의 국회 윤리위 제소여부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심 의원의 사과로 마무리하자』는 온건론도 있었지만 『함부로 물리력을 쓰는데 대한 처벌의 선례를 남겨야 한다』는 강경론이 우세했다.
결국 민주당은 의원 전원의 명의로 심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징계를 요구했다.
사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건 당사자인 심 의원이 역으로 이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윤리위에 제소했다. 제소이유는 3일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이 의원이 예천 보궐선거를 불법·타락선거로 규정,당선자인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시정에서 싸움이 좋게 끝나지 않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맞고소」사태가 민의의 전당이라는 의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의사당안에서 일어난 일조차 해결하지 못한 국회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국회를 개혁국회라 할 수 있을까.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동료의원을 부정당선자로 규정하는 것은 결코 새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또 불만이 있다고 단상까지 뛰어나가 의원의 대정부 질문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행패를 부리고도 모자라 「좋다. 한번 해보자」는 식의 맞제소를 한 것도 구태중의 구태이다.
이 상황에서 정치력이라는 우아한 표현을 거론하기조차 쑥스럽다. 차라리 「싸움은 말리자」는 시정의 옛날이라도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국회가 새롭게 태어나기는 커녕 자꾸만 퇴영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