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계열사 노사분규가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타결은 커녕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울산지역 현대그룹 계열사 노동쟁의를 막후에서 이끌어온 것으로 알려진 현총련(현대그룹 노조총연합회)이 스스로 그룹 계열사 노조들의 대표임을 표면화하면서 쟁의의 초점이 현총련의 대표성 인정여부로 옮겨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 그룹 계열사 노조들의 목표는 처우개선,현총련과 그룹간의 협상,해직자들의 복직 등 세가지에 맞추어져 있다.현대그룹 사용자측은 『노조는 현총련의 공인과 해직자의 복귀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현총련의 대표성 인정여부의 문제는 그 파급영향이 엄청나다.
현대그룹은 물론 전산업계의 노사관계에 격변을 가져올 수 있다. 한국노동운동계에 제2의 노총 탄생 등 지각변동을 몰아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겠다. 따라서 이 문제는 손쉽게 해결될 수 있게 돼있지 않다. 노사 양측의 주장은 보는 사람에 따라 각기 정당화될 수 있는 논거를 내보이고 있다. 현총련은 『계열사 사장들은 재량권이 없으므로 그룹 대표자측과 노조 대표자측이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그룹측으로서는 『계열기업들이 업종,경영여건,경영실적 등 제반 경영상황이 다르므로 일괄 협상은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현총련은 임의단체이므로 그들과는 협상할 수 없다』는 자세를 견지해왔다.
중요한 것은 노사 사이에 중립유지 노력을 해왔던 정부입장의 변화다. 김영삼대통령은 5일 한국노총 간부 등 노동계 대표와의 청와대 만찬에서 『우리 사회 일부계층에서 자기만 생각하는 집단이기주의가 일어나… 경제회생에 주름살을 주고 있다』며 『경제회생과 나라를 살리는데 걸림돌이 있을 때는 과감이 없애겠으며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했다. 노사 어느쪽을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대응결의가 굳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같은날 발표된 이인제 노동부장관의 성명과 기자회견은 현 시점에서는 정부의 화살이 노조측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하고 있다. 이 노동은 『당사자가 아닌 다수의 제3자들이 조직적으로 개별기업의 협상에 개입,분규의 원만한 수습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했다. 노동부는 이미 현총련의 「93공동임투 승리를 위한 현총련 결의대회」(6월30일)를 『노동쟁의조정법상의 제3자개입 사례에 해당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또한 현총련과 그 연대 재야노조의 하나인 전노협 간부에 대해 강경대응으로 선회했다. 대검은 단병호 전노협 의장(전국노조 대표자회의 공동의장)에 이어 전노협 부의장 2명 등 재야 노조 3명과 현총련 간부 3명 등 6명에 새로 검거령을 내렸다.
현총련은 6일 정부의 예봉을 피하기 위해 계획했던 7일의 연대 총파업을 유보하고 사업장별로 한시 파업키로 했다는 설도 나왔으나 결국 현대자동차,중장비,중전기,강관 등 10개사가 계획대로 7일 하룻동안 전면 파업키로 했다. 힘을 과시키로 한 것 같다. 현대그룹측은 간담회 형식으로 현대자동차 등 5개 계열사 노조위원장들과 모임을 갖기로 했으나 현총련측은 15개 계열사 전노조 위원장들의 참석을 주장,무산돼왔다. 대검은 재야 노조,타사 해직근로자 등 「제3자」들이 배후 조종하고 있다고 보고,이들을 제거해놓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대계열사 노사분규는 노동쟁의의 본궤도를 탈선한 것이 된다. 이번 분규도 파업공권력 개입으로 예년의 악순환을 재연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일 현재 노사분규에 따른 현대자동차와 현대정공의 피해는 총 7천8백38억원으로 상공자원부는 추계했다. 노사 당사자는 물론 국민경제도 타격이 크다. 새정부의 「신경제 5개년 계획」은 출발부터 차인 것 같다. 현대그룹 계열사 노조의 노동쟁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야 한다. 순수해야 한다. 재야 노동권이나 운동권 등 「제3자」가 관여했다면 구태를 벗어야겠다. 그 빨간 머리띠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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