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현실노선으로 “가닥”/「삶의 질향상」 정책 초점김영삼대통령은 6일 민주평통자문회의 6기 출범회의를 통해 「3단계 3대 기조」로 이루어진 새정부 통일방안의 기본골격을 밝혔다.
김 대통령이 밝힌 통일방안은 취임사이후 단편적으로 언급했거나 관계부처의 정책방향으로만 제시됐던 통일정책의 포괄적인 틀을 잡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김 대통령이 밝힌 「3단계 3대 기조」가 정부의 통일정책 방향을 가장 정형화한 것이라고 보고 향후 정책입안의 잣대가 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통일방안은 그동안 막연한 청사진 또는 수사로만 제시돼온 방안들을 현실적으로 조정,지침화한 것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통일을 향한 속도의 완급을 조절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누차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가장 빠른 통일이 가장 좋은 통일은 아니다」라는 것이 새정부의 「통일시간표」인 셈이다.
김 대통령은 ▲화해·협력 ▲남북연합의 단계를 거쳐 1민족 1국가의 통일국가를 실현한다는 3단계 통일론을 강조했다. 이같은 단계적 통일방안은 6공화국이 채택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골자를 사실상 그대로 수용,정책의 지속성을 유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남북연합단계에 들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을뿐 임기내에 이를 실현하겠다는 등 「시한」에 관한 약속은 하지 않았다. 이는 과거정권과 구별될 수 있는 하나의 「차별성」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는 도리어 『통일없는 번영에 문제가 있다면 번영없는 통일에는 더 문제가 많다』고 지적,급속한 통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피력했다.
북한을 흡수통일할 뜻이 없을뿐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서 이같은 통일을 오히려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연설문에 없던 클라우스 킨켈 독일 외무장관과의 접견내용에 대해 언급하면서 『독일에서는 통일후 국민의 30% 이상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들었다』라며 『우리로서는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키 위한 온갖 준비가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같은 신중한 통일관은 문민정부 출범후 최근 민족통일연구원 조사를 비롯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경향의 국민정서이기도 하다.
김 대통령은 『남북연합 단계에서 남북 교류협력이 더욱 활발해지고 제도화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반대급부 성격의 대북 경제협력 등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김 대통령은 이같은 시간표에 입각한 3단계 통일을 실현하는 방법론으로 ▲민주적 절차의 존중(국민적 합의) ▲공존공영 ▲민족복리의 3대 통일정책기조를 제시했다.
먼저 민주적 절차 존중은 과거처럼 정부와 「비당국자」간의 소모적인 통일논쟁으로 갈등을 빚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새정부가 과거정권의 통일정책과 가장 차별되는 측면으로 강조하고 있는 항목이다. 정부 출범당시 「국민적 합의」 기조는 3대 기조중 마지막으로 거론됐으나 최근 「공존공영」 또는 「민족복리」 등 나머지 정책을 추진하게 하는 기본조건으로 큰비중이 두어지고 있다.
김 대통령은 『새로운 정부가 통일정책을 정권유지에 이용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되풀이하면서 『북한 당국도 우리 내부의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밝혀 이 정책기조가 대북경고를 포함한 양면성을 지닌 것임을 시사했다.
최근 급진적 통일론의 대두와 함께 한총련 등이 일방적으로 대북접촉을 시도하는 등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국민적 합의」라는 용어가 「민주적 절차의 존중」이라는 표현으로 미묘하게 변한 점이 주목된다.
두번째 기조인 공존공영은 북한의 최대관심사가 체제수호인 점을 감안,서로 다른 체제를 인정하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단 남북연합단계에서는 두국가의 실체를 인정하지만 통일이전의 잠정적이고 특수한 관계로 인정한다는 것이 현재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마지막 민족복리라는 기조에서 김 대통령은 새정부의 민족주의가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주의와도,또 냉전구도 탈피후 최근 국제분쟁의 주요인이 되고 있는 민족주의와도 모두 성질이 다른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 이념임을 밝히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와함께 이산가족의 재회가 남북 교류가 재개될 경우의 최우선 과제임을 밝혔다. 대선 당시부터의 선거공약인 이산가족 문제는 그러나 핵문제가 미해결상태인 지금 정책적으로 실현할 단계는 아니라는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김 대통령은 또 남북대화와 관련,『쌍방이 모두 이기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대화만을 위한 대화나 무분별한 대북제의는 자제할 뜻을 시사했다.
출범직후부터 급진적 노선과 보수노선을 오락가락하던 새정부의 통일정책은 일련의 대북 접촉경험을 거친뒤 현실적이고 신중하게,그리고 점진적인 정책으로 정착됐다고 보아야할 것 같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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