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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살리는 고통분담 필요”/김 대통령·노동계 대표 회동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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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살리는 고통분담 필요”/김 대통령·노동계 대표 회동 녹음

입력
1993.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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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선진국 진입 호기… 대립땐 희망없어”/노총,세제개편등 근로자 위한 지원 당부김영삼대통령은 5일 저녁 박종근 한국노총위원장과 19개 산별 노조위원장 등 노동계 대표 24명을 청와대로 초청,만찬을 함께하며 경제회생에 근로자들이 적극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막걸리 대신 마주앙을 곁들여 2시간 가량 계속된 이날 모임은 지난번 재벌총수들과의 회동 때보다 더 자유스런 분위기였으나 김 대통령의 노사분규에 대한 발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했다.

김 대통령은 경제회생에 걸림돌이 있을 때는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강조해 현대 노사분규 등이 악화될 때 취할 조치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게 했다.

다음은 대화요지.

▲김 대통령=취임후 두번째로 만나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 취임이후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앞으로도 변화와 개혁을 멈추지 않고 추진하겠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일부에서는 자기만 생각하는 집단이기주의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민이 불안해하고 경제에 주름살을 주고 있습니다.

80년대초 미국의 포드사가 쓰러지기 직전에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 자동차에 밀려 경영이 극도로 어려워졌었는데 근로자들이 미국을 살리려면 포드를 살려야 한다는 인식에서 자동차 기종을 바꾸어 홍수처럼 밀려오는 일본 자동차의 시장잠식을 정면으로 막아냈습니다.

이것이 미국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됐습니다. 나는 내 임기중 엄청난 법집행을 통해 기강을 살리고 헌법에 명시된대로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겠습니다.

▲박 위원장=우리들은 우리나라 경제가 이렇게 가도 되는가,노조가 집단이기주의에 빠져있어도 되는가,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런 우려를 하는 가운데 경총과 노총간의 임급합의를 보았습니다.

노총 산하 개별노조가 반발했지만 시대적 소명으로 합의했습니다. 세제개편 물가안정 복지정책 등 국제경쟁력에 부담이 가지 않는 부분에서 근로자를 위한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육 산재지원 등에서 정부가 재정지원을 해줌으로써 노총의 위상이 높아지면 신경제 건설에 근로자의 동참을 적극 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 대통령=노총과 경총의 합의는 역사상 없던 일로서 근로자들이 고통분담으로 나라를 살리겠다는 결단을 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힘이 있어야 근로자들도 설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총의 위상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송수일 섬유노련 위원장=섬유산업의 이직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입관세를 올려 경쟁력을 높여주어야 합니다. 구미 여러나라는 섬유수입에 대해 20%선,그리고 중국은 1백30%입니다만 우리는 8%선에 불과합니다. 특히 섬유기업들이 제3국 기업투자를 하고 있는데 결국은 그 제품이 우리나라로 다시 몰려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남순 금융노련 위원장=금융의 자율화는 인사자율화에 있습니다. 새정부가 금융기관의 인사자율화를 약속하고 은행들은 9명의 은행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종업원 대표도 참여해야 합니다.

▲조천복 선원노련 위원장=현대분규는 거친 기업주와 거친 근로자들이 부딪치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양측을 통제조정할 기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노총의 산별기구에 힘을 부여하여 일선노조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박인상 금속노련 위원장=현대 노사문제는 정세영회장이 적극 나서서 풀든지 아니면 사장에게 전권을 주어 풀든지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결국은 정부에 공을 떠넘기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직권중재에 나서든가 공권력을 투입하게 되는 부담을 안게 됩니다.

▲김낙기 연합노련 위원장=관료조직의 경직성으로 공무원 봉급이 동결되니까 청소부 등 노조원들의 봉급을 무조건 깎으라는 획일적인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고통분담도 좋지만 미리 당사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형식을 취했어야 합니다.

▲김만호 고무노련 위원장=국내 산업중 세계 제1은 역시 신발제조업입니다. 신발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공업발전 기금으로 시설투자를 확대해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약속이었으나 금년의 경우 2백40억원 신청에 결제는 14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은행에서 신발제조업이 성장가능성이 없다고 돈을 빌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동철 광산노련 위원장=광산에서 노사분규가 안터져 다행입니다. 지금 체불임금이 걱정이며 정부의 지원을 요망합니다.

▲김규호 외기노련 위원장=외기노련 노동자들은 불평등한 한미 행정협정에 따라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노동법의 적용을 받게 해주십시오.

▲한효제 자동차노련 위원장=생산직들의 경우 야간수당이 비과세로 돼있는데 트럭운전사들도 이런 혜택을 받도록 해주십시오. 트럭 등 큰차에서 매연이 나오거나 과적할 경우 업주와 운전사가 벌금을 공동부담하게 돼있는데 운전사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김 대통령=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근로자와 기탄없이 얘기한 적이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선진국의 문턱에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희망이 없습니다. 부패한 나라치고 제대로 된 나라가 없습니다. 경제회생에 걸림돌이 있으면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습니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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