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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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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에 1백80개국(93년 1월 현재 유엔회원국) 이상의 나라들이 있으나 시민교양 수준은 피부색깔 만큼이나 천차만별이다. 그러한 교양을 잴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공통척도의 하나가 거리질서다. ◆우리나라의 거리질서는 교통질서에서부터 보행질서에 이르기까지 위로부터 세는 것보다는 아래로부터 세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과속·신호·위반·끼어들기는 다반사다. 횡단보도에서 파란신호로 바뀌기전에 발차하는 것은 관행으로 굳어버린 것 같다. 한밤중 차량 하나 없는데도 파란신호가 나오기를 묵묵히 기다리는 미·영 시민들의 교통질서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보행질서도 오십보 백보다. 좁은 공간이다보니 몸이 서로 부딪치는 빈도가 잦다. 자동차 문화권인 미국은 다르다치고 도심지의 보행자 밀도가 과밀한 일본에서도 남과 부딪치면 미안하다는 말이 조건반사적으로 나온다. 그러나 우리 거리에서는 이런 예의를 들어보기가 어렵다. ◆우리도 이제는 거리질서에 「벌금」이라는 「매」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 1일부터 담배꽁초,휴지,껌 등을 거리에 함부로 버리거나 침을 뱉거나 또는 방뇨하는 경우 2만5천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또한 지하철역 구내·주유소 등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면 1만원을 내게 됐다. 말로 듣지 않으면 매로 다스릴 수 밖에 없다. 이번의 「매」들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시민들이 이 벌칙금에 대해서 충분히 주지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나라의 힘으로 거리질서를 잡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가 싱가포르다. 이광요 전 총리의 독단적인 시민교양교육과 엄격한 벌과금의 부과 덕분이다. 교양은 가정·학교·사회에서 키워진다. 50년대 널리 알려졌던 서울 S고교의 K교장은 조회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침뱉지 말라』고 훈시했다. 한번은 그 유명한 「지팡이」로 침뱉는 학생의 「주둥이」를 때리기도 했다. 침이 뱉어 지겠는가. 엄한 훈도에 지금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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