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분위기 반전 시간적 여유”/“TK 상대적 박탈감”엔 우려도「보선구도가 달라졌다」. 박준규 전 국회의장의 의원직 사퇴소식이 전해지자 민자당측이 보인 반응이다.
춘천지역 공천문제로 골머리를 썩여오던 민자당은 박 전 의장의 의원직 사퇴로 보궐선거지역이 추가되자 되레 반갑다는 표정을 지었다.
민자당은 일단 춘천 단일지역에서 춘천·대구동을 2개 지역으로 보선구도가 변화한 것 자체에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일련의 수세적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보는 것이다.
민자당 당직자들은 지난 30일 대구동을 보궐선거 소식을 듣자마자 춘천과의 동시선거를 거론했다. 명분은 『선거를 자꾸 치르는 것은 국력의 낭비』라는 것이었지만 내심 춘천 보선의 연기와 보선 정국의 반전을 노린 것으로 관측된다. 즉 현 단계에서 분리선거보다는 동시선거가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민자당은 당초 1일 상오 당무회의를 열어 춘천 공천자를 확정할 예정이었다. 지난주초부터 시작된 공천작업은 청와대와 당의 견해차이로 수차례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결론을 맺지 못했다.
개혁성을 강조하는 청와대 입장과 당선가능성을 중요시하는 당의 의견이 「인물부재」의 현실적 벽에 부닥쳐 결론을 내지 못한채 표류해왔었다.
따라서 대구동을의 추가보선은 민자당에 한숨을 돌리고 선거체제를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마련해준 결과가 됐다. 당직자들이 한결같이 『결과적으로 잘 됐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같은 민자당의 입장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은 춘천 보선의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가질 수 있겠지만 대구동을이라는 만만치 않은 복병을 처리해야 하는 부담도 동시에 안게 됐다.
우선 민자당의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은 이 지역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TK 고통전담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새정부 출범이후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불만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몇몇 의원들은 이같은 분위기의 단적인 사례로 지난달 30일 실시된 대구시의회 의장단 선거를 들고 있다. 민주계로서 시지부의 지원을 받았던 박승국부의장이 1차 투표에서 전체 28명중 5표를 얻는데 그쳐 보기좋게 「예선탈락」했다.
또한 지난 5월 경북고 동창들은 임기가 만료된 동창회장인 박 전 의장을 외유중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회장에 추대했다. 박 전 의장이 비록 14대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재산공개 파동이후 동정여론을 사고 있는 얘기도 적지 않다.
게다가 대구동을에는 현실적으로 탄탄한 지역구 기반을 가진 무소속 후보가 버티고 있다. 과거 통일민주당 출신의 서훈씨는 14대 총선에서 국민당 후보로 출마해 박 전 의장에 5천표 가량 뒤진 2만9천7백여표를 얻는 선전을 했다.
민자당은 대구동을의 조직책에 역시 민주계인 김종한 대구시 사무처장을 내정했다.
그러나 이 지역 보궐선거가 발등의 불이 되자 공천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키로 방침을 정했다. 당직자들은 『조직책 발표를 차일피일 미뤘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한다.
민자당은 대구지역에서 인물을 고르기는 상대적으로 쉬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삼대통령도 1일 김종필대표와의 주례회동에서 『대구에는 아는 사람이 많다』며 자신감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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