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명승 6년여 자동차순례/「제2인생」 담아낸 53점 선보여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팔순의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한국의 명승을 카메라로 잡은 「의지의 사진전」이 열린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충무병원 이사장 이범순씨(80)는 1일부터 3일간 대학로 예총회관 전시장에서 사진전시회를 갖는다.
73년 4월 갑작스런 척추질환으로 두다리를 못쓰게된 이씨는 10여년이 넘게 정신마저 혼미해지는 고통을 겪었다.
늘 환자들에게 『의지를 길러 병을 이겨내라』고 충고해 왔지만 직접 겪는 환자의 고통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87년 미국에 사는 아들과 함께 로키산맥을 자동차로 여행하면서 그는 사진찍기에서 불굴의 새 삶을 찾게됐다.
웅장한 산세를 차안에서 카메라에 담으며 하반신마비의 고통도 잊었고 의연한 자연을 통해 건강한 생의 의지를 회복한 것이다.
이후 이씨는 부인 민영의씨(72)와 함께 승용차로 전국의 명승지를 빠짐없이 찾아다니며 사진촬영 여행에 몰두했다.
그는 피사체를 찾기위해 차가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으나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절경이 있다는 사실은 또 다른 고통이었다.
『가깝지만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없는 고궁을 지나갈 때마다 얼마나 속이 탔는지 모릅니다』
우리 고건축물의 아름다움을 특히 좋아하는 이씨는 고궁의 피사체가꿈속에서도 아른거린다고 아쉬워 했다.
그의 사진은 카메라렌즈 말고 차창이라는 또 다른 렌즈를 거쳐 이루어졌다는 점과 사람이 들어있지 않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사람이 사진 속에 들어가면 때가 낀것 같고 한 인물의 희로애락을 압축해 표현하기엔 실력이 부족하다』는게 그의 변이다.
일제때 일본 나고야 제국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뒤 해방후 영등포에 충무병원을 열었던 이씨는 대한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두 아들도 의사다.
가족과 친지들의 권유로 마지못해 52점을 엄선,전시회를 열기로 했다는 이씨는 『힘든 여건에서도 한가지일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어려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을뿐』이라며 『사진이 좋다는 사람이 있다면 거저라도 주겠다』고 말했다.<김병찬기자>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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