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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외교적 해결여부 관심/미·북 14일 제네바 회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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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외교적 해결여부 관심/미·북 14일 제네바 회담 전망

입력
1993.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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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양보조치 마련 협상유도/사찰 계속 불응땐 강경제재로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오는 7월14일의 제네바 제2차 회의는 미·북한 핵문제 해결의 변죽만 울리면서 얻어낸 3단계 정치적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영변지구에 있는 2개의 핵폐기물 처리장에 대한 사찰실시를 북한측에 요구했을 때 이 문제를 IAEA가 아닌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버텼던 것이다.

그 이유는 IAEA가 북한 핵개발을 의심하는 근거 자체가 미국이 제공하는 인공위성 등의 자료에 의한 것이며 IAEA는 미국의 도움없이는 핵문제를 정확히 해결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핵심멤버인 미국과의 직접협상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또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자동적으로 북한의 핵개발문제는 해결된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직접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북한이 실험용으로 생산했다는 미량의 플루토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실제로 IAEA에 제시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IAEA에 제공했던 것이다. 그리고 고도로 정밀한 인공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이 영변의 핵폐기물 처리장에 나무를 갖다심는 등 군사시설물로 위장하는 모습을 연속적으로 촬영해 은폐 기도를 증명했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제3자에 의해 제시되는 증거는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주장으로 맞섰었다. 결국 이같은 북한의 주장은 놀랍게도 미국측에 받아들여져 지난 2일 뉴욕에서 정책담당자급 회담이 열리게 됐다.

북한이 거둔 첫번째 외교적 승리인 셈이었다.

두번째 북한의 외교적 승리는 지난 11일 뉴욕회담끝에 발표된 미·북한 공동성명 그 자체였다. 6·25이후 유엔에 의해 침략국으로 매도돼왔고 부시 정부에 의해 수없이 「깡패정권」이라고 규탄돼온 북한이 미국과 무릎을 맞대고 무려 4차례나 정부급 회담을 한후 그들이 그렇게 얻어내기를 바랐던 미국측의 양보를 거의 모두 얻어냈던 것이다.

미·북한 공동성명에는 주권존중·내정불간섭 등 핵사찰과는 관련이 없는 정치주장들이 포함됐으며 한반도의 비핵화,한반도의 평화통일,IAEA의 불편부당한 핵사찰 등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을 비난할 때마다 쓰던 용어가 모두 들어가 있다.

북한은 이제 미국과의 2단계 정부급 회담을 중립국인 스위스로 끌고감으로써 세번째의 외교적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라고 볼 수있다. 제네바 회담은 장소를 미국 대표부와 북한 대표부를 번갈아 가며 열게 돼있다.

미국은 이런 중대한 대북 양보를 하는 대가로 『북한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기간만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유보한다』는 것과 북한과의 회담을 계속한다는 매우 궁색한 양보만을 얻어냈었다.

이를 긍정적으로 보면 미국으로서는 소련이나 중국이라는 후원자가 없는 북한쯤은 끝내 협상이 안되면 군사적 재제를 가해서라도 얼마든지 핵개발 포기를 강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우선 요구조건은 들어주면서 협상의 실마리라도 열어두자는 계산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에 대한 무력제재를 한다고 하더라도 미소 핵대결이라는 냉전시대적 위험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느긋할 수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이다. 미국과 북한이 핵문제를 둘러싸고 외교춤을 추도록 부추긴 것은 한국의 소위 「양궤도정책(Two Track Policy)」 때문이었다.

미국은 당초 북한이 IAEA의 핵사찰과 남북한간의 상호 핵사찰을 포함해 대화의 원만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한 미·북한간의 정책담당자급 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수차 공언해왔다. 그러나 한승주 외무장관을 비롯한 외교사절이 미국에 와 북한과의 회담을 적극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양국간 회담이 결정되기도전에 한국정부에서는 미국측 회담 대표를 서둘러 발표했고,회담이 열릴 때마다 한국정부나 주미 대사관에서는 회담추이를 앞서 공개하는 등 「온건외교」에 앞장서왔다.

북한은 핵문제에 있어서 적어도 3번 국제사회를 속였다.

첫째,지난 1985년 NPT에 가입하고서도 1992년까지 핵사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둘째,1991년 남북 상호 핵사찰 협정을 해놓고도 이를 일방적으로 무시했으며 셋째,1992년 IAEA가 북한의 플루토늄 대량생산 증거를 잡고 정밀사찰을 하려하자 NPT를 탈퇴하는 국제조약 위반행위를 했다.

제네바에 이어 어쩌면 평양으로까지 옮겨가면서 한정없이 길어질지 모를 북한의 핵춤을 조속히 끝낼 수 있게 하는 것이 한반도에서 재앙을 예방하는 일이 될 것이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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