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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만의 노동위/정광철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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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만의 노동위/정광철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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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노동위에서는 보기드문 장면이 연출됐다.이날 하오 노동위 소회의실에는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과 이인제 노동부장관 및 관료들이 대좌해 있었다.

민자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당정회의는 아니었다. 노동위의 월례간담회의 모습이었다.

현대 노사분규 등 최근의 노사 현안을 다룬 이날 회의에 민자당측은 의사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야당이 단독으로 회의를 열고 장관이 여기에 참석하는 기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위원장이 야당 소속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보다 재미있는 기현상은 회의 자체였다. 2시간30분가량 진행된 이날 회의서 민주당측은 특유의 대정부 공세를 펴지 않았다. 노동정책에 관한 격려와 건의가 주조였다.

홍사덕의원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으로서 부끄럽지만 노동부가 바람직한 노동정책을 법제화하는데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김말룡의원은 『이 장관의 무노동 부분임금 주장은 당연한 것』이라며 질문이라기 보다는 이 장관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지지발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원혜영의원은 『장관을 비롯,노사정책실장 등이 울산에 내려가 현장에서 현대사태를 적극 중재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서두를 꺼낸뒤 질문에 들어갔다.

학생운동권 출신의 신계륜의원도 일부 문제제기를 했지만 이 장관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이 장관은 상임위에서 쩔쩔매는 타부처 장관들과는 다른 태도였다. 테이블에 마주앉아 답변하는 간담회 형식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른 어느 장관보다 여유있게 질문에 답해 나갔다. 파업현장에서 보고들은 노사 양측의 입장도 상세히 전달했다.

의원들은 서로 질문하려하자 웃으면서 순서를 정하는 「월권」을 하기도 했으나 이 때문에 장석화위원장의 지적을 받지는 않았다. 때로는 『저도 노동위에 있어봐서 알지만』이라며 의원들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가 비단 속기록이 없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야당과 정부도 얼마든지 공감대를 찾을 수 있다는 모델을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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