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촉박해 자생력 완비 의문온실속에 있던 국내 금융시장이 세계시장에 본격 노출된다. 경제대국들의 엄청난 자본력과 금융기업으로부터 초기 성장과정의 우리 금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둘러쳐졌던 보호막이 앞으로 5년간에 걸쳐 모두 걷히게 된 것이다.
3단계로 나뉘어 제시된 금융개방 일정중에서도 특히 세번째 단계의 개방에 해당되는 96년부터는 우리 금융시장이 완전 세계금융시장의 한 부분으로서 편입되게 됐다. 외국인들이 몰려와 자유롭게 증권시장은 물론,채권시장에서도 재테크를 할 수 있다. 현재 10%로 제한돼 있는 증권시장 투자한도는 더욱 확대되고 주택채권 등 연 3∼5%대의 저금리 채권발행시장과 중소기업의 무보증 장기채권 등 일부 채권유통시장에 대한 외국인투자도 허용된다. 또 국내의 일반투자자들도 해외증권투자에 나설 수 있다.
환율은 기준환율이 없는 상태에서 매일 자유롭게 변동되고 기업들은 원화를 직접 해외로 송금할 수도 있고 해외에서 돈을 들여다 쓸 수 있다.
돈의 국적은 변하지 않겠지만 해외돈이 국내로 들어오든,국내돈이 해외로 나가든,마음대로 오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투기성 핫머니가 편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국내 금융시장의 이자율(시장실세금리)이 국제금융시장보다 8% 포인트 가량 월등히 높기 때문에 아무런 장치없이 빗장을 풀기만 하면 이익을 노린 돈들이 마구 몰려드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돈은 낮은데로 흐르는 물과는 반대로 높은데로 흐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개방과정에서 이러한 위험을 적절히 극복해가면 세계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지만 일단 자기 중심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하면 국내 금융시장이 세계시장에 종속적으로 편입되는 위험에 빠질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 자체도 망가지게 된다. 실패사례는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 등 드물지 않다.
이 때문에 재무부는 국내외 금리차이를 보고 몰려들 돈에 대응할 방안을 추가로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 볼때 우리 금융시장은 찾기 힘든 「고수익 시장」이다. 재무부는 이번 금융개방안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요구보다는 우리 경제의 필요에 맞춰 개방일정을 짜도록 노력했다』고 밝혔으나 개방안을 만들고 있는 동안에도 미국정부뿐만 아니라 주한미상의 주한외국은행단 등이 끊임없이 요구사항을 늘어놓으면서 여러경로를 통해 압력을 행사하려 했었다.
재무부 관계자는 이번 개방 청사진을 만들면서 미국 재무부 협상파트너와 「진입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고속도로에 들어설 때 진입로(미국의 경우 2㎞짜리도 있음)가 길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듯이 한국도 세계시장에 들어설 때 일정한 기간의 진입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그 기간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는 얘기였다. 개방안에서 진입로는 95년까지 3년으로 설정된 셈이다. 국내 금융시장이 세계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데 그 정도의 기간이 충분하지는 않은게 분명하다. 국내외 금리격차의 축소 등 해야할 일에 비하면 특히 그렇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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