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30대 재벌그룹 총수들과 오는 2일 「상견례」를 갖는다. 김 대통령은 이날 신경제 5개년 계획 경제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이 계획과 관련한 국민담화문을 발표한뒤 30대 재벌그룹 총수들을 청와대 만찬에 초청하는 것이다. 그동안 「신경제 1백일 계획」 중간평가대회 등 청와대에서 열린 주요경제문제 관련 보고대회에서 여기에 초청된 전경련 등 5개 경제단체장들이나 현대,삼성,럭키금성,대우 등 주요그룹 대표들과 간헐적으로 만난 일은 있으나 30대 재벌총수 모두를 정식으로 초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통령이 취임한지 4개월7일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부정부패 척결,경제회생,기강확립 등 경제회생을 3대 국정목표의 하나로 설정한 대통령으로서는 의도적으로 상당히 뜸을 들인 첫 모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김 대통령의 이번 30대 재벌그룹 총수들과의 만남은 그만큼 관심을 모으고 또한 의미도 크다고 하겠다. 김 대통령은 재계 총수들과의 회동에서 『신경제 5개년 계획에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하는 한편 위축된 기업인들을 격려하게 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말하고 있다.이보다 앞서 지난 6월27일 박재윤 청와대 경제수석이 재벌그룹 총수 22명과 회동을 갖고 「신경제」에 대한 설명과 이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박 수석은 『신경제는 정부의 지시와 통제를 배제하고 재계의 자율적인 참여와 창조로 끌어가는 것』이라며 기업들의 「참여와 창조」를 부각시켰다. 그는 또한 재계가 우려하고 있는 기업 사정설과 관련하여 『기업 본연의 자세로 기술개발과 투자에 전념하는 기업은 정부의 사정을 걱정할 이유가 없으며 기업 전체에 대한 사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나 박 수석의 말로보아 김 대통령이 재계와의 회동에서 재계에 대해 설비투자 등 경제활성화에의 참여를 촉구하는 동시에 사정 공포로부터의 해방 등 위무를 해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김 대통령과 재계와의 「새로운 관계」가 처음으로 공식화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관계가 어떠한 형태를 갖출 것인가는 앞으로 지켜볼 과제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시점에서는 대통령과 재계의 전통적인 「정·경 유착」관계가 김 대통령의 「깨끗한 정치」에 의해서 차단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앞으로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은 정치자금을 한푼도 안받겠다』고 선언했다. 이 「정·경유착」 척결선언이 정·재계의 관계에 미친 영향은 실로 크다. 김 대통령이 재벌총수들에 대해 독대를 허용치 않은 것은 재벌의 대정부·정치관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지금까지 역대 정권에서 재벌기업들은 대체로 대통령에게 「헌금」 등의 형식으로 금전을 주고 그것에 대한 대가로서 의도하는 사업에 대한 지원을 시사받아 신규사업에 착수하거나 기존사업의 확장을 추진해 나갔던 것이다. 즉 「정·경유착」이 사업과 명운과 성패를 가름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2·18 대통령선거에서 국민당을 창설,대통령후보로서 출마했다가 실패,다시 그룹으로 복귀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노태우대통령에게 1백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거액을 줬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은 뒷거래로 이뤄지는 「정·경유착」을 만천하에 들추어내는 역사적 증언이다. 김 대통령의 「정·경유착」 단절은 재벌그룹들에는 전혀 새로운 기업환경을 뜻하는 것이다.
권력으로부터의 뒷받침없이 다른 재벌그룹들과 공정하게 경쟁해야 되는 것이다. 재벌그룹들의 투자심리가 그동안 별로 활력을 찾지 못한 것은 사정불안도 요인이겠지마는 「정·경유착」 없는 기업환경에서의 투자활동에 대한 불안이 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김 대통령은 재계와 구면이다. 재야정치 40여년에 「연」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김 대통령의 재계와의 관계는 「새로운 관계」다. 김 대통령의 7·2 회동에서 이점이 재확인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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