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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대서방 불신 심화/미의 이라크 공격이후 국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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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대서방 불신 심화/미의 이라크 공격이후 국제사회

입력
1993.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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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피해·사전경고 없어/무력사용 이중잣대도 논란/서방측 “응징은 당연”… 추가공격은 없을듯지난 27일 미국의 전격적 대이라크 미사일 공격에 이어 이라크의 대응과 미국의 추가공격여부가 세계 각국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27일 상오 혁명평의회와 집권 바트당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군사력을 재배치하는 등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공격 직후 지중해에 배치된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걸프해로 이동,이라크의 보복가능성에 대비했다.

그러나 레스 애스핀 미 국방장관은 28일 『이라크의 현재 군사력은 걸프전 이전의 40% 수준이며 이번 재배치는 방어적 성격』이라면서 이라크의 즉각적인 군사보복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도 1만여명의 시민이 사망자들의 관을 떠메고 반미시위를 벌였을뿐 무력대응의 분위기는 보이지 않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번 공격으로 이라크에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말해 추가공격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과 이라크는 군사력 대결보다는 오히려 28일(한국시간) 긴급 소집된 유엔안보리 회의를 통한 설전과 세계 각국의 지지확보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과 이라크는 공격의 동기와 정당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부시 암살기도사건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기록과 차량폭탄 등 사진 6장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올브라이트 대사는 『이라크 정보사령부가 부시 전 대통령을 암살하려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 만큼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은 정당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나지르 함둔 이라크 유엔대사는 『출처불명의 사진 6장이 무슨 증거냐』고 반문하면서 미국측 주장은 날조라고 비난했다.

함둔 대사는 또 미국측이 혐의자들로부터 입수했다는 증거를 확인해 보기 위해 사전에 이라크측과의 접촉조차 시도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미국의 「야만적 공격」으로 여자와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8명이 숨진 사실을 강조했다.

함둔 대사는 안보리가 대미 비난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안보리상임이사국 대표들은 결국 아무런 결의안 채택이나 표결없이 회의를 마쳤다.

그러나 미국측 미사일 공격의 「동기」와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은 국제사회를 양쪽으로 갈라놓았다.

유럽 각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공격이 정당하다며 지지를 표명한 반면 쿠웨이트를 제외한 전 아랍국가와 회교권 국가들은 미국의 공격을 야만적 도발행위로 비난했다.

아랍권 국가들이 제기하고 있는 도덕성 문제의 핵심은 우선 부시 암살기도가 과연 사전 경고도 없이 미사일 공격을 퍼부을만한 정당한 동기가 되느냐는 점이다.

이라크와 앙숙관계인 이란조차도 성명을 통해 『유엔안보리는 명확한 증거도 없이 군사공격을 감행한 미국 지도자의 자제없는 정책과 모험주의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국을 비롯한 유럽 서방국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이라크가 부시를 암살하려했다는 증거가 나온만큼 미국의 군사력 응징은 정당한 조치』라며 지지를 표명했다.

이라크의 부시 암살기도가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번 미사일 공격은 논란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 걸프전이나 지난 1월 공습때만해도 미국은 수차례 공급을 경고했고 폭격지역도 군사시설에 국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혀 사전 경고도 없었고 공격지점도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한 시내였다.

아랍국들은 사전 경고는 물론 언론의 예상보도조차 없는 상태에서 주거지역에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에 미국측이 주장하는 「동기」의 순수성이 더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또다른 쟁점은 미국의 군사력 사용에 대한 「이중잣대」 문제이다. 걸프전 당시 미국을 지지했던 이집트의 암르 무사 외무장관도 『미국이 국가테러리즘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이라크를 공격했다면 보스니아에서 세르비아가 저지르는 국가테러리즘은 왜 보고만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회교권국가들은 이런 이유로 이번 공격을 클린턴 행정부의 「국내용 카드」로 해석하고 있다. 보스니아사태 해결에 무기력하고 소말리아 군벌까지 날뛰는 등 외교정책상 허점을 드러낸 클린턴 대통령이 인기만회를 위해 이라크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주장이다.

미국 언론들이 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이라크 공격명령에 대한 지지율은 과반수를 넘어섰다.

걸프전 당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90% 이상 올라간 것과 마찬가지로 클린턴 대통령도 미국내 인기만회 차원에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의 비난 등 장기적으로는 클린턴의 이미지는 실추될 것이 분명하다.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레스 애스핀 국방장관,콜린 파월 합참의장 등도 28일에는 『미사일 공격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면서 공경의 정당성을 방어하는데 주력했다.

이런 점들에 비춰 전문가들은 이라크의 무력대응이 없는한 미국은 더이상 이라크를 공격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국 갈등이 중동전역으로 확산되지 않아 세계 원유시장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미사일 공격으로 아랍권과 서방 사이의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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