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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교환 무산” 북 속셈과 남북관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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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교환 무산” 북 속셈과 남북관계 전망

입력
1993.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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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문제 한·미 공조 방해 의도/미·북회담 주도권 잡기 노린듯/정부 대북 강경책 선회가능성26일 북한 강성산 정무원 총리가 담화를 통해 특사교환이 무산됐음을 일방적으로 선언함에 따라 남북관계는 교착상태를 넘어 긴장국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북한측의 이번 담화 발표가 남북 대화재개를 위해 쌍방이 벌여온 수정제의 공방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는 「최후통첩」적 성격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강 총리의 담화는 더욱이 북한측이 그동안 유보적 또는 긍정적 자세를 보여오던 우리측 새정부에 대해 결정적으로 적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돼 앞으로의 남북관계 전망을 몹시 어둡게 해주고 있다.

남북관계의 긴장은 이와함께 한미간 「분업체제」로 풀어나가려던 북한 핵문제의 해결도 경색국면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우리측이 이제는 핵투명성 보장의 반대급부로 제공될 미·북한관계의 포괄적 개선 등을 지지할 수만은 없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향후 북한 대응태도여하에 따라 정부로서는 지금까지 긴장완화 일변도로 가닥을 잡아온 북한 핵문제 대책을 제재준비쪽으로 무게를 옮겨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강 총리는 담화에서 『특사교환이 실현될 수 없게 됐다』고 못밖고 그 책임을 「인위적 난관」을 조성했다며 우리측에 돌렸다. 정부 담화는 이를 「남북 당국간 대화를 사실상 단절시키는 태도」로 받아들였다.

북한측은 또 김영삼대통령의 취임 1백일 회견,중부전선 시찰시 언급,을지훈련 등을 지적하며 『새정부도 선임자들과 같이 대결,분열주의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이번 대화결렬이 지엽적인 이견이 아닌 근본적인 체제 대결구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히했다.

강 총리의 담화가 나온 시점은 우리측의 대응을 경화시키게 될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처음 대화를 제의한뒤 우리측은 특사교환 논의수용(6월2일)→의제 명시없는 접촉(14일)→특사교환 수용(22일) 순으로 북측의 입장에 접근해나갔다. 일방적인 양보로 남북 대화재개,나아가서는 특사교환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되려는 순간 당초 제안자인 북한이 특사교환 무산을 일방적으로 선언해버린 것이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는 현재 두갈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북한이 처음부터 대화를 재개할 용의가 없었고 지난 11일의 미·북한 공동성명도 시간벌기에 불과했다는 시각이다. 우리측이 고위급회담 대표접촉을 제의하자 특사교환을 역제의,기피했고 이번에는 특사교환을 수용하려하자 다시 이를 원인무효화시킨 것이 그 근거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시각은 북한이 미국과의 고위급회담,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대남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기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데 모아져 있다.

일단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유보로 대북제재를 지연한뒤 후속회담을 앞두고 또다른 강경책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북한과의 후속 고위급회담을 조기에 개최하자는 입장인데 반해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 지연시키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한 실무접촉이 개최되면 의제가 이미 합의된 상태이기 때문에 곧 특사교환으로 이어지고 영변의 2개 미신고시설에 대한 사찰수용 등을 지연하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특사교환은 핵문제의 단기간내 일괄 타결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종욱 외교안보수석의 방미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양국간 분업체제와 시간표가 구체화됐고 북한측은 이같은 스케줄을 깨뜨리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끝난 최근 남북대화 재개 시도에서 정부는 대북정책에 관한 관계부처간의 부조화라는 심각한 문제를 부각시킨 셈이 됐다. 북한이 특사교환을 기습제의한 이후 우리측 내부의 의견대립은 「분열」의 양상까지 보여주었다는 지적이 많다.

강경론과 유화론간의 입장 차이는 『특사교환은 북한의 전술전략에 놀아나는 것이다』,『사실 특사는 더 바람직한 대화형태』라는 식으로 진통의 차원을 넘어 혼선양상까지 연출했다.

강경론과 유화론이 우열을 거듭하는 동안 강력한 대북제의를 내놓을 수 있는 적기를 놓치고 교섭력과 카드를 모두 상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유승우기자>

□남북간 대화제의 일지

●남측

▲핵문제 해결 위한 고위급회담 대표접촉 제의(5월20일)

▲고위급 대표접촉 거듭제의(5·29)

▲특사교환 논의포함,핵문제 논의 위한 실무대표접촉 수정제의(6· 2)

▲특사교환 및 핵문제 논의 실무대표접촉 거듭제의(6·9)

▲의제명시없이 실무대표접촉 수정제의(6·14)

▲핵문제 「기초협의」로 후퇴,특사교환수용 수정제의(6·22)

●북측

▲부총리급 특사교환 위한 실무접촉 제의(5월25일)

▲핵논의 포함,특사교환 실무접촉 수정제의(5·31)

▲특사교환 실무접촉 거듭제의(6·8)

▲남측 제의 거부,특사교환 실무접촉 반복(6·15)

▲강성산 정무원 총리 담화 특사교환 무산선언(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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