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급속한 개혁은 오히려 반동을 부르기 쉽다는 것이 일반적인 역사의 교훈이다. 조선 중기의 조광조,중국의 왕안석,프랑스 혁명기의 로베스 피에르 등은 저마다 추상같은 명분과 대의를 앞세워 당대의 모순을 혁파하려 했다. 그러나 개혁의 추진속도가 너무 빨라 여론의 지지를 잃고 보수세력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좌절의 고배를 마셨던 그들은 졸속한 개혁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히고 있다.특히 로베스 피에르는 시골 판사로 일하던중 무고한 사람에게 사형선고를 내릴 수 없다며 사표를 던질 만큼 강직한 사람이었으며 수천명을 단두대에 보내는 급진 공포정치끝에 몰락을 자초,혁명은 종말을 고하고 보수회귀를 부른 개혁실패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30여년만의 문민정부 출범으로 요즘 우리 사회에는 개혁물결이 넘실대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이 도도한 흐름앞에 누가 감히 거스르는 몸짓을 보일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최근 개혁주체 일각이 의욕만 앞세운 나머지 「큰일」을 그르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각계에서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우려의 사례 가운데 무노동 부분임금과 고용보험 전면 실시방침이 포함될 수 있다면 너무 지나친 오해일까…. 물론 지금 이 시점에서 종래 노동정책이 노사 양측의 이해를 균형있게 반영했다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다. 또 소득수준으로 따져 복지국가를 향한 고용보험 도입에 반대할 명분도 없다.
그렇지만 문제는 현실여건과 절차를 충분히 고려치 않은 급진적 정책변화가 과연 반드시 개혁의 성공을 약속할 수 있느냐에 모아진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무노동 부분임금으로 대표되는 신 노동정책을 진정 확고히 정착시킬 의도였다면 한창 노사협상이 진행중인 시기에 발표부터 앞세우는 절차상의 미숙함은 보이지 말아야 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점진적인 시행을 주장하는 온건론에 대해 칼로 자르듯 「보수세력의 준동」으로 몰아세우는 분위기라면,개혁은 그 입지와 지지기반을 스스로 좁히는 모순에 빠질지 모른다. 「장강은 때로 굽이쳐 흐르지만 어김없이 바다에 이른다」는 역사의 진리를 굳게 믿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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