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 걸렸다” 조제·판매권 대립/「약사법」싸고 잇단 법적 공방도해묵은 약사와 한의사간의 업권분쟁이 날로 가열되고 있다. 보사부의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에서 비롯된 이번 분규는 한의대생의 집단유급과 전국 약국 사흘간 일제 휴업사태로 이어져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특히 대한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 양대 관계가 고소·고발하는 법적 공방도 진행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약사와 한의사의 분쟁의 시발은 2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0년대들어 대학에 약학과와 한의학과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자연히 업권을 보호받기 위한 보장책 마련에 신경을 쏟게 된 것. 이같은 양측의 신경전속에 처음으로 가시화된 것이 74년 7월 한의사들의 약사법 개정 국회 청원사건이다. 당시 약국에서 한약을 취급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한의사들이 청원을 냈다. 이에 대해 국회는 이 법안을 폐기하는 대신 약사의 한약 임의조제를 엄격히 감독하라는 내용의 대정부 부대결의를 했으며 76년 12월엔 「의약품 조제에 관한 대정부 건의안」을 통과시켜 보사부에 통보했다.
이 건의안에는 보사부가 ▲약사의 한약 임의조제에 대한 규제,감독강화 ▲대한약전에 한약을 추가하지 말 것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으며 당시 보사부장관은 약국내 한약장 철거를 약속했다.
이같은 국회 결정에 대해 약사들이 강력히 반발,약국의 한약 취급에 대한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다 한의사단체의 압력으로 80년 3월22일 약사법 시행규칙 제7조 1항 7호에 「약국엔 재래식 한약장 이외의 약장을 두어 이를 청결히 관리해야 한다」는 조항이 삽입됐다.
그러나 이 조항에 대해 한의사단체는 「약국에서 한약을 조제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해석한 반면 약사회는 「재래식 한약장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을뿐 아니라 이 조항이 약국의 한약조제를 막는 것은 아니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 조항이 불씨가 돼 90년에는 급기야 법정으로 분쟁이 비화됐다. 한약조제권 싸움으로 불리운 90년 분규는 약사들의 입장에서는 취급약품 가운데 50% 정도가 한약이므로 생업에 지장을 받는다며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버텼다.
이에 반해 한의사협회는 업무영역을 확실히 보장받아 생업의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한약조제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같은해 7월26일 당시 대한한약업협회가 먼저 「약사의 한약조제행위는 위법」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한약업협회는 당시 소원청구에서 한약조제는 한약업사와 한의사들의 전통적인 전래의 업권이기 때문에 약사들에게는 일체의 한약(정제 한약포함)을 제외한 의약품 조제 및 판매로만 업권이 국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들은 약사법 제18조 1항 「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는 조항에서 말하는 의약품의 범위에 한약을 포함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헌법재판소의 확실한 법해석을 요구했다.
한약업사 김태진씨(전주시)는 『현재 의약품 조제지침서인 대한약전에도 1백27종의 한약이 수재돼 있긴 하나 한약의 종류가 3천여종이 넘는 실정에서는 불합리하다』면 이는 한약업사의 업권을 제한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약사법 제2조에 한약이 의약품으로 규정돼 있다고 지적하고 『의약품의 범위에서 한약을 제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맞섰다. 약사회는 또 한약이 대한약전에 엄연히 수재돼 있기 때문에 약사가 조제·판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당시 주심 이시윤재판관)는 91년 9월 김씨 등이 낸 헌법소원에 대해 『약사가 한약을 조제·판매하는 것은 입법정책상 문제』라며 청구를 각하했다.
이번 파동은 보사부가 지난 3월5일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령을 공포,약사에게 한약조제권을 보장했다해서 약사회와 한의사협회가 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벌어진 것.
이에 따라 시행규칙 개정이전까지 음성적으로 한약을 판매해오던 약국들은 한약장을 마련,합법적으로 한약을 조제·판매해왔다.
그러자 지금까지 한약의 조제·판매권을 독점권으로 여겨오던 한의사협회는 『개정약사법 시행규칙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한의사협회는 지난 3월17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허창회회장 체제를 출범시킨뒤 공청회 개최,청와대 탄원,국회청원,백만인 서명운동 등을 통한 시행규칙의 철회운동을 벌여왔다. 이에 맞서 대한약사회(회장 권경곤)는 지난달 24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한의사협회의 약사법 시행규칙의 철회운동을 적극 저지하기 위한 한약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약국에서의 한약조제·판매 당위성을 설득키 위해 대국민홍보를 벌여왔다.<여동은·조상욱기자>여동은·조상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