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린돈 금융상품등 배회 불안/“경제외적인 환경 안정돼야 실효” 지적도금리의 인하 효과가 실종됐다. 올들어 지난 1월과 3월 두차례에 걸쳐 단행됐던 대폭적인 공금리 인하조치 덕분에 시중실세금리가 사상 유례없이 11∼12%선을 오르내리기도 했었으나 이러한 저금리가 유발할 것으로 기대되던 투자활성화는 6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좀체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두번째 단행된 「3·26 금리인하」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금리인하 효과의 실종상태는 벌써 3개월째를 넘어서고 있다. 금리인하의 실익은 이렇다하게 거두어 들인게 없는 상황에서 엉뚱하게도 시중실세금리는 「1·26 금리인하」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 금리인하조치를 「실효」시키려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리인하조치를 단행하면서 정부는 『기업의 금융비용부담을 줄여 경제활성화의 초석인 투자확대를 유도하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천명했었다. 기업들도 『지금까지 이자가 너무 비싸 투자를 할 엄두를 못내왔당. 금리가 떨어지면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해왔다.
시중실세금리는 두차례의 금리인하조치로 인해 큰폭으로 꺾여 한동한 수개월전의 19%대에 비해 7%포인트 이상 낮은 11%대를 기록했었다. 대표적인 시중 실세금리 지표인 회사채 유통수익률의 경우 지난 91년말 19.05%에서 1·26조치때는 12.88%를 기록했다. 3·26조치때는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11.13%까지 떨어져 사상 처음으로 11%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러한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투자에 나서려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추계에 따르면 지난 1·4분기중의 제조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동기보다 10.1%가 오히려 감소하는 양상을 보여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금리인하조치 이후 이뤄진 기업의 설비투자전망 조사에서도 호전되는 구석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은행이 전국의 2천7백56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올해 투자규모가 전년보다 12.5%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가 시작된 지난 83년이래 최악이다. 산업은행이 지난 5월말을 기준으로 전국의 1백대 주요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조사대상 기업들이 연초에 비해 설비투자 계획을 0.29%가량 늘려잡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조사에서 기업들은 금리의 하향안정이 투자심리 회복에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응답자의 39.5%). 그러면서도 정작 실제투자에는 나서지 않는 모순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중실세금리의 하락은 그나마 증시회복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증시는 최근 지난해말보다도 84포인트가 오르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시회복도 이자율의 하락으로 돈이 증시로 몰린 탓이라기 보다 올들어서만도 2조원(25억1천만달러)에 달하는 외국인 증시자금에 힘입은 바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분석은 올들어 증시의 고객예탁금이 1조원 증가하는데 그쳤고 신탁과 투신의 수신고가 각각 10조원과 12조원씩 늘어났다는 사실로 뒷받침된다.
금리인하에다가 돈줄까지 풀어 풍성하게 된 시중 유동성자금이 실물경제나 증시로 흘러들어가지 못하고 고금리 금융상품에 대기하면서 불안하게 배회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금융상황이다.
금리하락의 기대효과는 실종된 상태에서 공연한 부작용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금리하락의 플러스효과를 여러가지 경제외적인 환경이 잠식·상쇄시키고 있는 것과 관련,경제전문가들은 신경제정책 등 정부의 새로운 정책들이 되도록이면 조속힌 시일안에 마무리돼 안정적인 경제환경이 조성돼야 할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경제정책은 다음달초 그 전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지만 신경제정책 내용의 제시만으로 금리인하의 실종상태가 회복돼 본격적인 투자활성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