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북한 및 통일정책이 흔들리는 것 같다. 국민들은 오락가락 하는 정부의 대북자세로 갈피를 못잡고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북한의 핵사찰개발포기 문제에 대해 정부안에 강·온론으로 인한 혼선이 있다고 들리기 때문이다. 확고한 대북 기본방침도 정하지 않은채 북한과 12차례에 걸쳐 대화재개에 대한 제의재제의 등의 통지문 교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도 답답하기만 하다. 미국과 북한은 핵문제로 대화창구를 마련하고 저만큼 앞서가는 인상인데 우리는 언제까지 뒷북만 칠 것인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결론부터 말해 정부는 핵사찰대화 재개문제에 있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확고한 기본방침을 하루 빨리 마련하는 한편 남북 현안논의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
새정부 출범이후 남북관계에서 진전사항이 있었다면 이인모씨의 북송뿐이다. 물론 남북관계가 지금까지 꽁꽁 얼어붙은 것은 북한의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로 인한 핵사찰 거부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의 핵사찰 거부에 대응하는 우리측의 기본자세에 있었다고 생각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선 핵완전사찰후 각분야의 협력」 원칙을 시종일관 견지했어야만 했다고 우리는 믿는다.
북한의 핵놀음이 통일을 저해하는 가장 절박한 우리의 문제임에도 오늘날 남한이 국외자내지 구경꾼처럼 된 것은 NPT 탈퇴 등 저들의 핵전략을 너무 안이하게 보았거나 오판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우리측은 북한이 미국의 단호한 쐐기로 결국 NPT 복귀와 함께 남북간 대화재개에 응할 것이라고 여겼지만 북한은 핵카드 하나로 미국으로부터 불가침과 자주권 존중,내정불간섭 및 한반도의 평화통일 지지라는 엄청난 성과를 얻어낸 것이다.
북한이 대미협상 도중 평화의지 과시용으로 던진 정상회담 논의를 위한 특사교환 제안에 대해 우리측이 「선 핵해결」원칙에 따라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대신에 우물쭈물 했던 것 역시 실책으로 봐야할 것이다.
아무튼 북한은 미국과 핵관계 합의성명을 발표한 이후 반세기 가까이 욕지거리만을 퍼부어온 「불구재천의 원수」에서 갑자기 대등한 동반자라도 만난듯이 말을 바꾸기에 열을 올리고 있고 특히 지난 17일 북의 중앙방송이 핵문제는 미·북 회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 역시 크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대미접근을 결국 남한을 고립화시켜 종래에는 대화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속셈이 분명한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핵협상을 하고,북한의 신형 중거리 미사일 「노동1호」 발사로 일본이 흥분하고 있으며,이스라엘이 북한의 대이란 미사일 판매저지를 내세워 비밀협상을 시도하는데도 우리 정부는 언제까지 「구경꾼」으로 남아서 이미 무용지물화한 정상회담특사교환안을 놓고 뒤진 입씨름만 벌일 것인지 묻고 싶다.
통일문제는 감상적으로만,또 공허한 이론으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대북 대화와 통일노력에는 스타도 명수도 필요없다. 긴안목에서 국민적 동의를 구하면서 벽돌쌓듯 차분히 밀고 나가는 것이 지름길이다. 원칙만 확고하다면 전술전략은 그 다음 차원이다.
정부는 하루 빨리 대북 기본자세를 확립한뒤 미국과의 공조와 역할분담을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어깨너머로,또 머리위에서 남북문제가 더 이상 논의되는 것을 지켜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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