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정치를 치부 수단화”/이권개입등 수법 다양/「물이 좋은」 건설위 얻기 안간힘/“청렴인사 없다” 국민 깊은 불신『일본에는 「이도베이(정호병) 정치가」가 사라졌다』는 얘기가 흔이 나오고 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많은 재산을 정치바람에 모두 탕진하고 집에는 우물(정호)과 벽(병) 밖에 남지않은 청렴한 정치가를 「이도베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들이 재산등록 과정에서 부정축재 사실이 밝혀져 구속되거나 공직에서 물러난 사건은 일본 신문에도 대서특필됐다. 당시 일본에선 가네마루(김환신) 전 자민당 부총재가 거액탈세사건으로 검찰에 구속됐고 그가 사무실 금고속에 은닉했던 다량의 금괴와 현금이 압수되는 장면이 TV에 방영되고 있었다.
또 사가와규빈(좌천급편)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이 2백여명 넘어서고 가네마루가 5억엔의 뇌물을 받은 사건으로 작년 10월 의원직까지 사퇴한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이어서 국민들의 정치불신은 극에 달했다.
이같은 전후사정으로 항간에는 「정치인은 모두 도둑」 「정치는 뒷전이고 돈벌이에만 열을 올리는 협잡꾼」이라는 비난과 함께 「한국과 똑같군」이라는 소리까지 들렸다.
여하튼 가네마루의 탈세사건으로 인해 일본 매스컴은 정치인과 기업간의 유착관계와 정치인의 음성수입에 대한 해부를 시작했다. 당시 정치평론가,프리랜서,전 국회의원 비서 등은 국회의원들이 정치를 치부의 수단으로 이용해온 사실을 폭로했다.
일반적으로 일본 국회의원들의 수입은 ▲정치헌금 ▲강연료 등의 잡소득 ▲의원의 급료에 해당하는 세비와 기말수당(연간 약 2천3백50만엔)의 순이다.
의원들은 소속 상임위원회가 결정되면 크고 작은 자금루트가 생기게 마련인데 가장 「물이 좋은」 상위는 역시 건설위원회. 건설위원이 될 경우 여러기업들로부터 「축하」 인사와 함께 축하금이 들어온다.
그밖에 토목공사 등에도 이권이 따른다. 국회의원의 청탁으로 관급공사를 따낸 기업에서는 총공사비의 3∼5%를 현금으로 사례하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다. 국회의원들의 이권개입은 야쿠자 세계처럼 지역을 할당하는 방법도 있고 때로는 큰 건물의 본체와 전기시설·토목 등 업종별로 분담하여 돈벌이를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건설업자들 사이의 언어인 「만두」 1개는 보통 1백만엔을 의미한다. 건설업자들이 공사를 따낸후 『이번에 만두 10개가 들어갔다』고 자기들끼리 귓속말을 하면 뒷돈이 1천만엔 들었다는 뜻이다.
물론 햇병아리 의원들은 영향력도 없는데다 돈줄을 찾지 못해 정치자금 조달에 쩔쩔매지만 3∼4선 정도가 되면 관록에 따라 잡수입과 검은돈이 늘어나게 된다. 5∼6선 정도가 되면 출신지역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관급공사의 내정가를 미리 알아내 알려주고 낙찰되면 업자에게 공사비의 「1할」을 받아 챙기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공사를 딸 때 지불하는 건당 사례비외에도 국회의원 후원회에 소속직원 명의로 많은 계좌를 만들어 평소에도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 계좌당 연회비는 24만엔 정도로 여러업체와 거래관계를 갖고 있는 의원들은 개인후원금을 제외한 기업측의 후원금만으로 매년 수천만엔을 거둬들인다.
건설위 소속이 아닌 의원들도 각종 유관업체들로부터 비슷한 방법으로 수금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 의원을 모셨던 한 비서는 『의원들의 태반이 각종 명목으로 헌금을 거둬들이고 있으며 세금을 물지 않기 위해 재산을 가족명의로 분산시키는가하면 무기명 할인채권,국보급 골동품이나 명화 금괴 등을 구입하는 수법으로 축재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국회의원들이 비밀자금을 관리하는 방법도 자신이 직접하는 것과 「자금담당」 비서가 하는 두가지 타입이 있다. 최근 문제가 된 가네마루 전 자민당 부총재는 하이바라(생원정구) 비서에게 창구역할을 맡겨 세세한 금전출납을 맡겼다.
가네마루 자신은 보고를 받은뒤 『고맙다』는 인사만 하는 식이었으며 록히드사건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다나카(전중각영) 전 총리는 진정서의 접수와 해결,금전수령까지 직접 처리했던 것으로 소문나 있다.<동경=이재무특파원>동경=이재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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