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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어린이문화(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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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어린이문화(장명수칼럼)

입력
1993.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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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갔다가 그곳 어린이들의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경주박물관과 불국사에 전시된 미술대회 입상작들은 그곳이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신라의 천년 고도임을 자랑스럽게 일깨워주었다.경주박물관이 해마다 5월에 열고 있는 어린이 전통예술 실기대회는 올해 9회째로 그리기와 만들기 두종목에서 국민학생들이 솜씨를 겨루고 있다. 대회는 박물관이 쉬는 월요일에 열리는데,그날 박물관 뜰과 전시관은 온통 어린이 차지가 된다. 어린이들은 왕관,토기,불상 등 신라문화재를 그리기도 하고,흙으로 빚기도 한다. 그들이 빚어내는 토기들은 이 행사를 가장 경주다운 행사로 만들어준다.

올해의 최우수상은 이대규 어린이가 빚은 「말탄 무사」였는데,작품모델은 대구의 이양선박사가 기증한 가마인물형 토기였다. 문화재 지정을 받은 그 기마인물형 토기는 이양선박사가 기증품 특별실에 전시돼있고,이대규 어린이가 만든 「말탄 무사」는 다른 입선작들과 함께 로비에 전시돼 있다. 천년이상의 세월을 두고 이어진 두개의 토기는 감동을 준다. 어린이들의 토기를 빚은 솜씨가 서투르기 때문에 그 감동은 더욱 따듯하다.

불국사에는 그림들이 전시돼 있는데,불국사의 경치와 부처님을 그린 것이 대부분이다. 어린이들이 표현한 부처님의 모습은 가지각색이다. 슈퍼맨처럼 곧 뛰어나올 것 같은 부처님,서양인형처럼 드레스를 입은 부처님,미스코리아처럼 허리가 잘룩한 부처님,해님처럼 웃는 부처님,세살난 아기처럼 귀여운 부처님을 차례로 구경하던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린다.

이난영 경주박물관장은 『저학년 어린이들은 토기를 빚을 흙뭉치를 나눠주면 혼자 들지도 못한다. 대회날에는 학부모도 교사들도 박물관에 못들어오기 때문에 우리 박물관 직원들이 흙을 들고 꼬마들의 뒤를 따라 일일이 작업장소까지 날라다 줘야 한다. 꼬마작가의 뒤를 따라갈 때 참 기쁘다. 심사위원장으로는 대구 부산 등의 미대 교수들을 모시는데,그분들도 이 행사에 오는 것을 즐거워 한다』고 말했다.

경주의 어린이들이 신라불상을 그리고,신라토기를 본뗘 서툴게 토기를 만든다는 것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경주가 천년 고도의 찬란한 문화를 간직한 도시일뿐 아니라 그 문화를 사랑하고 이어받고 생활하는 어린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기쁨일 것이다. 경주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사람이라면 자기 손으로 빚은 토기 몇점은 지니고 있고,신라문화에 대한 긍지와 함께 어떤 수준이상의 지식을 가졌으면 하는 소망이 어린이들에게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소망은 경주만의 것일 수 없다. 여러지방에서 자기 고장의 전통문화를 어린이들에게 가르치고,한걸음 더 나아가 그 전통문화를 배우려는 이들이 전국에서 그 고장으로 몰려가게 돼야 한다. 지방자치제가 뿌리내리고 자기고장 문화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활발해지면 그 지역의 긍지와 삶의 질이 함께 높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경주에서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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