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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내핍… 살림 빠듯하다/예산 10% 절감 솔선수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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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내핍… 살림 빠듯하다/예산 10% 절감 솔선수범

입력
1993.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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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정보비 항목서 깎아/식비·냉온방비 “절약 생활화”청와대 살림살이가 빠듯하다는 것은 이제 웬만큼 알려진 사실이다. 빠듯하다기보다는 옹색하다는게 맞는 말일 것이다.

물론 새정부 출범후의 일이다.

청와대에 하도 돈이 없다니까 최근엔 그야말로 「성금」을 보내오는 일까지 생겼다. 충남 성환의 정모씨가 청와대 살림에 보태써달라며 새마을 관계자들로부터 1만원씩 거둔 80만원을 보내온 것이다.

청와대는 이 돈을 정중히 되돌려 보냈다. 뜻은 고맙지만 선례가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살림이 빠듯한 것은 김영삼대통령이 정치자금을 한푼도 받지않겠다고 한데서 연유한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정치자금을 안받겠다는 것은 바로 과거식의 「통치자금」도 없어졌다는 얘기다.

이 말은 과거에 청와대가 예산으로만 운영된게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청와대 1년 예산이래야 올해의 경우 2백33억9천만원. 그것도 대통령 월급부터 시작해 대부분이 인건비로 짜여져 있다.

과거에는 1년 예산이 이보다 더 적었을게 당연하다. 결국 과거엔 대통령이 통치자금을 풀었기에 청와대 살림에 「윤기」가 있었던 것이다.

요즘 청와대 살람살이가 과거와 다르다보니 운영의 모토는 처음부터 끝까지 절약이다.

이 절약운동의 선두에 고통분담을 솔선하는 김 대통령이 있다.

김 대통령의 월급은 평월기준 3백66만9천7백50원.

여기에 급여성 정보비 3백30만원과 기관운영 판공비 5백10만원이 더해진다.

합해서 1천2백만원 정도가 김 대통령이 한달에 「사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의 총액이다.

언뜻 보면 많은 액수일 수도 있다. 청와대 3급 비서관의 정보비가 20만원이고 판공비가 30만원인데 비하면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들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과연 순수하게 사적으로 쓰는 돈이 얼마나 되겠는가. 경조비만해도 여기서 나가는데 그것을 사적인 지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다보니 경조비 액수도 취임전보다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이 1천2백만원중 4분의 1가량을 취임직후 가입한 적립식 신탁적금의 적립금으로 낸다. 순수한 월급은 거의 전액이 들어가는 셈이다.

나머지를 개인생활비로 보면 된다.

김 대통령이 수령하진 않지만 김 대통령 명의로 돼있는 청와대 예산이 있다.

직무수행 관련 정보비라는 항목이다.

이 돈의 액수는 대외비이다. 청와대 전체 예산에는 포함돼 있다.

김 대통령이 당 총재로서 민자당 운영비로 한달에 한번씩 내는 특별당비 1천만원은 여기서 지출된다.

김 대통령이 청와대 초청인사들과 갖는 오찬 만찬 등의 연회비용도 이 항목의 돈이다. 대통령의 격려금 등 금일봉도 여기서 나간다. 이런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청와대가 이를 악물고 시행하고 있는 10% 예산절감은 거의 전부가 이 「직무수행 관련 정보비」 항목에서 깎아내는 것이다.

각 수석실 운영비도 이 항목에서 나가는데 과거 한달 5백만원에서 지금은 4백만원으로 깎았다.

더 구체적인 실례가 있다.

청와대 본관살림을 맡고 있는 이강명비서관이 뽑아본 것이다. 우선 연회비용중 오찬의 경우 과거 1인당 평균 3만6천3백원에서 무려 3만원이상 깎인 6천원으로 떨어졌다. 과거에 1인당 오찬비용이 3만6천3백원이나 된 것은 오찬 초대인사가 20명 이상이면 호텔서 출장서비스를 해 세금과 봉사료가 가산됐기 때문이다. 그 보다는 메뉴자체가 달랐다.

지금이야 유명한 칼국수 설렁탕 비빔밥 등이 전부다.

저녁 만찬에서는 그 이상이 깎였다.

과거 1인 평균 6만5백원에서 6천6백원이 됐다. 새 정부 이전에는 오찬과 만찬의 메뉴나 코스가 달랐지만 지금은 그게 그것이다. 역시 칼국수나 떡국 아니면 설렁탕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지난 3월1일부터 지난달말까지 오찬 만찬 등 연회비용에서 절감한 것이 7천1백3만원이다.

행사나 관상을 위한 꽃꽂이용 생화 구입비도 같은 기간 2백37만원을 절감했다. 이 부분은 김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여사의 몫이다. 생화구입을 주 2회에서 2주 3회로 줄이게 한 것이다.

김 대통령은 취임후 집무실이 응접용 소파중심으로 돼있던 것을 회의용 탁자와 의자로 바꾸게 하면서 단서를 달았다. 새 집기를 절대사지 못하게 한 것이다. 병풍도 다른 방에서 쓰던 것을 갖다놓은 2폭짜리이다.

김 대통령은 집무실을 비롯,본관의 실내온도를 인체에 쾌적한 적정온도보다 2도 가량 차이를 두게 한다고 한다. 냉·온방비용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이다.

김 대통령의 개인살림을 도맡고 있는 가신출신의 장학로 제1부속실장이 하루는 김 대통령에게 이렇게 사정얘기를 했다. 『살림살이에 돈이 필요합니다』라고. 이에 김 대통령은 『내가 무슨 돈이 있나. 총무수석한테 가봐라』며 들은체도 안했다. 장 비서관이 홍인길 총무수석한테 갔다. 그랬더니 홍 수석 역시 『여기에 무슨 돈이 있느냐』라고 대꾸했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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