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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행차(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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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행차(장명수칼럼)

입력
199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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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기택대표와 민자당의 최형우·김윤환의원이 각각 유럽·중국·일본으로 떠나던 16일 김포공항에 나온 환송객수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기택대표는 15일 청와대에서 열렸던 김영삼대통령과의 회담으로 「위상」을 높여 민주당 사람들뿐 아니라 김덕룡 정무1장관·주돈식 청와대 정무수석·김영구 민자당 원내총무 등 여권 인사들까지 3백여명이 나왔고,최형우의원은 비록 근신중이나 대통령의 측근인 「실세」답게 1백여명이 나왔으며,「흘러간 실세」 김윤환의원은 환송객이 오륙명에 불과했다고 한다.신문 가십란에서 이 기사를 읽으며 많은 사람들이 한심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김포공항에 나오는 환송객이 너무 많아서 수라장이 되곤 하기 때문에 환송을 자제해달라는 호소가 나온 것이 한두번이 아닌데,도대체 그 정치인들이 무슨 역사에 남을 여행을 떠난다고 수백명이 몰려나온 걸까.

아무리 세월이 가고 아무리 욕을 먹어도 변화할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데,정치인들중에 유난히 그런 사람들이 많다. 정치인들은 민심의 흐름을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직업을 가졌는데도 늘 자기들 잘난 맛에 사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환송객이 수백명 나와서 법석을 떨면 누가 『야,저사람 대단하게 출세했구나』라고 우러러 볼줄 알지만 지금 그렇게 보아줄 국민은 없다. 열이면 열 모두가 혀를 찼을 것이다.

그날 공항에 나온 국회의원들만해도 도합 60여명이나 됐다는데,그들이 탄 자동차가 김포가도를 줄지어 달리는 광경을 상상하면 코미디가 따로 없다. 국회의원들이 이 실세,저 실세를 좇아 우르르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이야말로 이 나라 정치와 후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환송객의 대부분은 단지 「실세」와 눈한번 맞추려고 공항으로 달려나오는 것인데 그런 허례의식,그런 낭비가 또 어디 있겠는가.

개혁이란 총체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바른손에는 「깨끗한 거리질서」를 외치는 피켓을 들고,왼손으로는 길에 휴지를 버린다면 공연히 피켓 만드는 돈만 낭비하고 세상을 시끄럽게 할 뿐이다. 사정 따로,재산공개 따로,골프안치기 따로,청와대 칼국수 따로,재수없이 당한 사람 따로,무사히 넘어간 사람 따로 진행되는 개혁은 개혁일 수 없다.

그 옛날 가난하던 시절에는 유학생이나 해외취업자들이 한번 외국으로 떠나면 언제 귀국할지 까마득했고,그래서 친지들은 공항으로 몰려가 눈물로 이별하곤 했다. 지금도 그런 환송객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그들에게도 공항이 너무 혼잡하니 환송을 자제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외국의 인기가수가 공연하러 올때 공항으로 몰려가 소리지르는 청소년들도 아니고,국회의원들이 도대체 무슨 짓인가. 제발 그런 촌스런 환송은 이제 그만두고,그 환송이 상징하는 구태를 자신의 내부에서 몰아내어 진정한 개혁에 동참하기 바란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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