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경제는 사회 전부문 노후화 따른 「복합불황」/거품우려… 체질약화로 회복 늦어질듯/물가잡아 성장잠재력 배양해야최근의 경기침체는 「복합불황」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같은 불황증상에 단기 경기부양책으로 대응하다간 거품만 부풀릴뿐 오히려 상태를 더 악화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에 강력한 안정화요법을 써야 한다는 처방도 제시됐다. 우리 경제가 복합불황에서 벗어나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임금 금리 땅값 환율 등 경제의 기본이 되는 가격을 강력하게 안정시켜야 하며 특히 물가를 잡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같은 주장은 한국은행이 17일 행내 논문 현상모집 결과 김상기행원이 쓴 「최근의 경기국면 진단 및 향후 기본정책방향」이라는 논문에서 제기됐다.
이 논문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기침체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과 순환적 경기하강이 맞물려 발생한 것으로 예전과는 질적으로 판이한 새로운 형태의 복합불황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정부부처에서 주장하고 있는 2∼3년마다 주기적으로 도래하는 경기확장기 이후의 일시적 수축이나 선진국의 경기침체에서는 비롯된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설비투자 감소에 따른 성장잠재력의 감퇴,턱없이 부족한 사회간접자본,입시위주 교육에 의한 노동수급의 불균형,수출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노동집약산업의 사양화,대외개방에 따른 국내시장의 잠식,80년대말 형성된 거품경제의 급격한 소멸에 따른 한계기업의 연쇄부도와 민간소비의 급랭 등 경제·사회적 요인이 한데 어우러져 우리 경제가 복합적인 난치병에 걸렸다는 진단이다. 우리나라를 하나의 공장으로 보면 그동안 사용해오던 생산라인이 한계에 달해 새로운 라인으로의 개체가 불가피하며 이제 겨우 이 작업이 착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행히 국내경기는 올 1∼2월께 바닥을 통과한 것으로 진단됐다. 경기는 80년대말의 호황을 거쳐 92년 1월께부터 침체기에 접어든뒤 올초에 저점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나라 전체의 생산시스템을 뜯어 고치는 작업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회복은 늦어질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논문은 현재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일시적으로 타개하기 위해 통화공급 및 재정지출 확대를 위주로 한 경기부양책을 쓰다가는 빼놓은 거품을 다시 불어넣는 꼴이 된다고 경고했다. 생산분야에는 돈이 가질 않고 부동산 등으로 몰리고 과소비를 불러일으켜 결국 인플레가 가속화되고 국제수지도 악화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올들어 돈이 많이 풀렸지만 3월말 현재로 제조업 대출은 4천억원이나 줄고 건설과 가계대출이 각각 9천억원,1조6천억원 늘어난데서도 입증된다.
따라서 임금 금리 부동산가격 환율 등 기본적인 가격을 안정시켜 경제행위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이 논문의 핵심이다. 특히 경제안정의 기초가 되는 물가안정 기반구축이 각종 경제정책의 최우선책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재정도 긴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기에 매달리기보다는 당장은 고통스러워도 끝에는 탐스러운 열매를 맺게 해주는 안정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세계 최강인 일본경제도 91년 이후의 거품붕괴로 1%대 저성장을 하고 있지만 물가만은 마이너스로 끌어내렸고 물가안정없이 선진국이 된 나라가 없다는 지적이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