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댐을 감사하겠다는 감사원 발표는 우리를 찾잡하게 한다. 평화의 댐 공사가 4년전 슬그머니 중단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럴줄 알았다』는 느낌을 가졌는데,이번 감사결과 『역시 그랬었다』는 결론이 날 경우 국민들의 배신감을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올림픽을 앞두고 온나라가 들떠있던 86년 11월 우리는 느닷없이 『북한이 남한을 물바다로 만들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북한은 그해 10월21일 금강산댐 기공식을 가졌는데,그 댐은 경제적 목적보다 군사전략적 목적이 더욱 강하며,최대 저수량 2백억톤인 그 댐이 완공되어 수문을 열 경우 열시간안에 서울 등 13개 시군이 수몰될 것이라는 끔찍한 소식이었다.
그 이야기는 공상소설 같았으나,정부발표였으므로 안믿을 도리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정부발표를 받아들였고,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킨데 이어 동족 수장작전까지 짜고 있는 북한의 흉계를 개탄하였다.
정부는 학계·건설업계의 전문가들과 합동으로 대응책을 모색한후 강원도 화천읍 풍산리에 평화의 댐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평화의 댐은 길이 1천1백m 높이 2백m 규모로 건설하여 금강산댐에서 방류되는 물을 막을 수 있을뿐 아니라 물이 만수위에 이르면 북한지역으로 역류하여 북한이 오히려 수몰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곧 대대적인 모금운동이 벌어졌고,국민학생들까지 저금통을 털어 6백61억원이 모였다.
그러나 87년 2월 요란하게 착공했던 평화의 댐 공사는 88년 5월 1단계 공사를 마치고 중단됐다. 그동안 국가예산과 성금 등 1천6백억원이 공사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지금까지 정확한 공사비 내역도 공사중단 이유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그 당시 정보를 독점했던 안기부가 상황을 잘못 판단했거나 정권유지 차원에서 정보를 과장했으리라는 의심을 품고 있다. 판단의 잘못이든 악용이든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그것은 오랜세월 국가안보라는 미명아래 자행돼어온 수많은 억지와 날조와 악행을 떠올리게 한다. 평화의 댐은 엄청난 국민의 돈을 낭비하고 흉물로 남아있으나 그것은 그래도 무생물이다. 그동안 잘못된 정보로,과장과 왜곡으로,정치적 목적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국민들의 망가진 삶은 지금 어떤 형태로 남아있을까. 목숨을 잃기까지 한 사람들의 원혼은 또 얼마나 구천을 헤매로 있을까.
감사원은 공사비 내역뿐 아니라 그 당시 북한의 수공위협 판단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내려졌는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것은 부정부패 차원의 감사를 넘어 국가정책 판단의 타당성 여부를 감사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가안보라는 명분이 더이상 성역일 수 없고,면죄부일 수 없다는 감사원의 의지에 우리가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감사원은 한 상징적 사건일 수도 있는 평화의 댐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시원하게 풀어주기 바란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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