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성과있었다” 판단 고압적 태도 돌변/정부 일관성없는 대북 대응 문제점으로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유보하면서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되던 남북 대화재개의 전망은 오히려 미·북 대화이후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때 남북 관계전망에 대한 정부당국의 시각은 『핵문제의 숨통만 트이면』이라는 말처럼 기대감이 섞인 것이었다. 「국제적 공조체제를 통한 핵문제의 해결」을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던 정부는 막상 12일 미·북한 공동성명이 채택된뒤 도리어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어처구니없는 「아이러니」를 맞고 있다.
지난 14일 우리측은 전화통지문을 보내 협의대상에 집착하지말고 일단 만나자는 또다른 양보안을 제시했다. 회담 성사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북측의 회신이 없더라도 일단 판문점에 나가보겠다는 당시 우리 당국의 들뜬 분위기이기도 했다.
다음날 북한의 답변은 어느 때보다도 짧고 고압적이었다. 특사교환협의 이외의 접촉에는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북한 공동성명이후 상황이 변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회담일자도 이례적으로 느긋하게 제의하며 『이제 급해진 것은 너희쪽일 것』이라고 말하는듯한 자세다.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지 않기 위해 온갖 배려를 아끼지 않던 한국이 미·북한 고위급회담에서 포괄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순간 입지가 약화된 느낌이다.
현재 우리측은 남북대화를 마냥 지연시킬 수도 없고 대화를 시작하자니 북한측 대화형태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갑갑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보는 우려섞인 시각이 많다.
정부측 입장에서 대화재개를 늦추기 힘든 이유는 미·북한간 회담이 이달말께 차관급으로 격상된뒤 장관급 대좌로까지 이어지며 핵문제뿐 아니라 반대급부 성격의 폭넓은 의제로 대회가 진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국은 남북한에 대해 각각 대화채널을 갖고 정작 한반도의 두 당사자는 의사소통을 못하는 극히 불리한 부조화상태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
대북제의를 거듭하며 우리측은 「특사교환문제의 의제포함」(6월2일),「협의대상 불문접촉」(6월14일) 등 2차례 양보를 했다. 첫 대화제의도 우리측이 제기한 점을 감안한다면 새정부 출범후 모두 3차례 대북관계에 관한 결정을 내린 셈이다.
미·북한 고위급회담보다 도리어 앞섰던 지난달 20일 고위급 대표접촉 제의에서는 문민정부 출범후 첫 대북제의라는 측면이 당국에 의해 강조됐다. 유엔안보리의 1차 결의안 채택으로 유엔회원국으로서 대북 설득에 독자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는게 대화제의 결정의 배경이었다.
북한은 5일후 정상회담 논의를 위한 특사교환을 제의하며 우리측의 발목을 잡았다. 북한은 우리측과 대화형태를 놓고 수정제의 공방전을 벌이는 한편 미국에 대해서는 고위급회담을 벌이면서 「핵문제를 남북한간 상호사찰로 해결하려하고 있다」는 카드를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적 공조체제의 틀」을 강조하던 우리측으로서는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북한은 거꾸로 우리측에 대해 미국카드를 내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측은 통일정책에 관한 내부적인 조율문제가 큰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정부내에서 모호하고 근거가 희박한 유화론과 강경론이 맞섰고,또 타협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대북정책은 일관성을 잃었으며 북한 반응에 대한 예측능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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