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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북한에 관계개선 “손짓”/페레스 외무 방북계획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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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북한에 관계개선 “손짓”/페레스 외무 방북계획 밝혀

입력
1993.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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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1호」 중동수출 금지 조건/대북 10억달러 경제원조 제시북한과 이스라엘간 관계개선 움직임이 급진전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조만간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을 평양에 보내 북한 지도자와 회담을 갖게 할 계획이다.

북한의 친아랍 외교노선과 이스라엘의 친한 성향으로 오랫동안 반목해왔던 양국관계를 고려하면 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스라엘이 선뜻 북한에 손을 내민 목적은 북한이 자체 개발한 중거리 미사일 「노동1호」를 이란 등 적대적인 중동국가에 공급하는 것을 막는데 있다. 이스라엘은 대신 북한에 경제원조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레스 장관은 이같은 대북한 접촉을 위해 14일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을 만나 「맏형」격인 미국측과 조율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 이후 이스라엘측이 북한과 어떤 접촉을 갖는 것도 반대해왔으나 지난 11일 NPT 탈퇴결정 유보에 따라 이를 철회하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이스라엘이 은밀히 접촉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초였다. 이스라엘 외무부 관리들에 따르면 페레스 장관은 당시 북한방문 초청을 받았으나 증폭되는 북한의 핵개발의혹 때문에 미국의 눈치를 살펴가며 이를 연기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실무급 관리를 북한에 파견,대이란 미사일 판매를 중지하는 조건으로 북한 운산 인근의 금광매입을 제의하는 등 실질적인 접촉을 가져온 것으로 밝혀졌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지난 7일자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경제원조와 관련,이스라엘측에 수천대의 트럭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라엘 당국은 대북한 원조총액을 10억달러선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적극적인 대북한 접근을 강행한 까닭은 이미 발사실험을 마친 것으로 보도된 노동1호의 가공할 성능 때문이다.

북한이 소련제 스커드 C형을 개량해 만든 노동1호는 사정거리가 1천㎞로 적대국인 이란이나 시리아가 이를 구입할 경우 이스라엘의 안보는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더욱이 이란은 지난 4월초 1차로 이 미사일 1백50기를 구입하기 위해 북한에 군사대표단을 파견,구매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이스라엘은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걸프전 당시의 이라크 스커드 미사일 세례의 악몽이 생생한 이스라엘 입장에선 성능이 월등한 노동1호의 중동수출을 막는 것보다 국가안보에 우선하는 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비밀첩보기관 모사드는 몇주전 북한의 노동1호 실험발사계획을 일본과 미국측에 귀띔해줄 정도로 북한의 노동1호에 대한 정보수집에 기민함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관측통들은 북·이스라엘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협상테이블에 미국도 동참하는 「3자협상」의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노동1호의 중동판매 문제는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미국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중효현안이다. 만약 북한이 노동1호의 중동판매를 포기한다면 지난 11일 미국과 합의한 NPT 탈퇴유보 조치를 더욱 확신시켜주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3자간 회동을 통해 이스라엘은 우선 노동1호의 공포로부터 해방될 수 있고 미국은 핵확산방지 노력에 있어 또 하나의 수확을 올리게 되며 북한은 경제원조라는 실리를 얻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점에서 비춰볼 때 북한과 이스라엘간의 관계개선은 북한·미국과의 협상추이에 따라 완급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김영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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