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 출범후 처음 가진 김영삼대통령과 이기택 민주당 대표간의 영수회담에서 당면한 국정현안 전반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몇가지 중요한 합의를 이룩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회담은 명과 실 양면에서 비교적 값진 의미와 함께 성과를 이끌어냄으로써 국민들에게 안도와 기대를 안겨준 셈이다. 이제 여야 최고 책임자간의 언로가 열린 만큼 영수들은 정국안정과 국가발전을 위해 번거로운 격식과 체면을 접어둔채 수시로 만나 국정문제를 논의할 것을 권고하고자 한다.우선 이번 회담은 지난달 군사통치 강권통치 때처럼 집권자가 야당 대표를 불러 일방통행식으로 시정내용을 통고하는 등 형식적인 대화로 일관한 것과는 그 모양부터 달랐다. 대통령이 제1야당의 대표에게 대등한 입장에서 정부의 입장을 설명,설득하고 또 겸허하게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했으며 야당 역시 새정부의 부정·부패 척결과 개혁추진에 공감을 표시한 것 등은 괄목할만한 변화라 할 것이다. 이는 여야관계를 종래의 대결과 적대개념에서 국정을 함께 걱정하고 함께 추진하는 동반자관계로 발전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첫 노력으로 평가할만 하다.
이번 회담은 실질면에서도 몇가지 중요한 합의를 국민에게 보여주었다.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온 국가안전기획부법을 미국과 독일처럼 국가보위를 위한 해외정보와 대북한 정보의 수집·분석을 안기부의 핵심업무로 하도록 개정하기로 한 것은 정치사찰을 안기부 업무에서 배제하겠다는 의지로 봐야할 것이다. 또 깨끗한 정치풍토,돈 안드는 선거를 위해 정치관계법들을 대폭 개정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관련,도청방지법을 제정하며 국회를 정치의 본산으로 하는 한편 야당의 뜻을 받아들여 7월 임시국회를 3주 이상의 회기로 열기로 한 것 역시 중요한 합의이다. 특히 국가보안법에 대해 북한의 대남적화 자세가 변하지 않고 있는 만큼 손질을 유보해야 한다는 김 대통령의 설명에 대해 이 대표가 양해한 것은 새정부와 야당이 「북한을 보는 생각」을 함께 했다는 점에서 큰의미가 있다.
물론 이날 회담은 정부와 야당의 개혁의 추진방법과 과거 청산문제 등에서 현격한 이견을 드러냈으며,그점을 간과할 수없다. 즉 진행되고 있는 개혁에 야당도 동참할 것을 김 대통령이 촉구하고 정치보복금지를 역설한데 대해 이 대표가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을 강조하고 특히 12·12,5·18의 진상규명과 관련자의 공직사퇴,5공 비리특별위 소집 등을 주장하는 등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낸 것이다.
앞으로 여야관계는 크게 달라져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중대한 국책과 시정내용을 사전에 야당과 협의하고 또 알려주어야 하며,일단 공약한 것은 반드시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야당도 종래와 같은 무조건 반대,반대를 위한 반대 자세를 버리고 비판과 함께 타당성있는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국익을 위한 것이라면 언제든지 이해하고 공조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이제 영수회담은 여야에게 체면치레나 홍보용,또는 인기용으로서가 아니라 생산적 합의에 의해 반드시 실천되는 실질 회담으로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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