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10000원 지폐들 어디로 사라졌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0000원 지폐들 어디로 사라졌나

입력
1993.06.15 00:00
0 0

◎4월 현재 발행액 8조7천억… 시중엔 현찰가뭄/어림통계론 5조9천억 유통/나머지 2조8천억 행방묘연/얼굴없는 재산가들 사정피해 상당액 숨겨둔듯「1만원짜리 지폐가 어디론가 사라지고있다」 1만원권 현찰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발행되고 있지만 시중의 돈갈증 현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어 현찰의 상당부분이 증발한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있다. 통계상 한은에서 풀려나온 현찰과 시중에서 피부로 느끼는 돈의 양에 너무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게 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신정부들어 사정활동 등의 영향으로 현찰수요가 급증,한은이 화폐발행 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는데도 시중현찰은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고 이들은 말하고 있다.

14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화폐발행 잔액은 10조1천8백10억원­. 1만원권이 8조7천3백18억원(잔액의 85.8%)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1천원권 5천3백21억원(5.2%),5천원권 3천1백73억원(3.1%),1백원짜리 동전 2천4백39억원(2.4%),5백원짜리 동전 1천9백79억원(1.9%),기념주화 8백33억원(0.8%) 등이다. 이 화폐 발행잔액에서 기념주화와 은행 금고속에 있는 시재금(1조2천1백92억원)을 뺀 8조8천7백85억원이 실제 시중에 나돌아 다니고 있는 현찰인 현금통화가 된다. 이 현금통화는 개인이나 기업들이 금고나 지갑에 현재 현찰로 갖고 있는 돈의 총량이다. 물론 수표나 카드,은행 통장에 들어있는 돈은 모두 제외된다.

현금 보유실태에 관한 조사는 어느 기관에서고 거의 해본 일이 없어 어림짐작만 가능할 뿐이다. 그래서 여러가지 가정으로 현찰 소재지를 관측해 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금융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우리나라 총가구수는 모두 1천1백만.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현찰을 가구수로 나누면 1가구당 80만7천원꼴로 현찰을 갖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웬만한 가구주 치고 수표를 제외하고 현찰로 10만원 이상 소지하고 있는 경우가 드문게 상례. 더구나 도시지역의 달동네 영세민이나 농촌인구,근로자들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가령 우리나라의 전 가구주가 모두 현찰을 10만원씩 소지하고 있다쳐도 그 돈의 총액은 1조1천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1만원짜리 현찰로 발행된 화폐 발행잔액만도 8조7천여억원­.

나머지 7조6천여억원의 1만원짜리 현찰은 어디에 가있는 것일까.

금융계 전문가들은 우선 기업과 재벌 오너 및 그 가족들의 금고를 지목하고 있다. 행방을 알 수 없는 1만원짜리 현찰의 상당부분이 이 금고속에 들어있을 거라는 관측이다. 국내 전 법인수는 92년말 9만9천개. 기업당 1천만원씩의 비자금이나 경영자금을 현찰로 확보해 놓았다고 가정하면 그 돈의 총액이 대략 1조원이 된다. 기업들은 속성상 아무리 단기자금이라도 거래 은행에 당좌예금으로 넣어놓는게 보통이지만 비상금을 챙겨놓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기업들 말고도 특히 주요 재벌 오너들과 그 가족들은 유사시에 대비,엄청난 현찰을 개인금고에 재놓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금융계에서는 보고있다. 하지만 50대 재벌의 오너와 그 가족들이 한 그룹당 2백억원씩(금융계의 개략적인 관측) 현찰을 비축하고 있다쳐도 그 돈의 총액은 1조원 정도이다.

기업 못지않게 현찰을 선호하는 집단은 장사하는 사람들. 대개는 하루장사로 번돈을 은행에 맡기지만 현찰을 그대로 갖고 문들 닫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의 개인사업자는 총 2백83만명. 동네 구멍가게,라면집에서 푸줏간,룸살롱 등 대형 업소까지 다 포함돼 있다. 이들 업소 주인들이 은행 일선점포 관계자들의 얘기대로 평균해서 대략 1백만원씩 현찰 보유한다면 그 돈이 대략 2조8천억원 정도가 된다.

중복계산이 되기는 하지만 개인 가구주 1조1천억원,기업 1조,재벌 1조,사업자 2조8천억원을 다 합해볼 경우 총액은 5조9천억원 정도­. 1만원짜리 현찰 8조7천여억에 비해보면 2조8천억원이,전체 현금통화 8조8천억원에 비하면 2조9천억원이 비게된다.

이 부족분이 증발의혹을 낳고있는 대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런저런 관측을 다 동원해서 따져보고 계산을 맞춰보아도 설명이 되지않는 이 돈의 행방에 대해 전문가들은 퇴장설을 주장하고 있다. 일부 강남의 부유층 가정들이 강도에 대비하거나 병원비,쇼핑비 등으로 수백만원씩을 현찰로 보유하고 있는 예를 들면서 이런 예비적 동기에 의한 비상금이 상당액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또 미국이나 동남아 등 해외에서 1만원짜리가 통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에 나가있는 돈과 어린이 돼지저금통,화재 등으로 소실된 화폐도 제법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부스러기돈이 2조9천억원에 달할리는 없다. 전문가들은 개인 비밀금고에 현찰을 수북히 쌓아놓은 얼굴 없는 재력가들이 의외로 상당히 많이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이들에 의해 퇴장되는 돈이 바로 증발의혹에 해당하는 부분이 아닌가 보고 있다. 지난 1월말 8조1천3백억원에 불과하던 현금통화는 4월말 8조8천7백억원(1만원짜리를 포함한 전체 현찰)으로 불과 3개월 사이에 7천4백억원이 늘어났고 이중 상당액이 사정바람을 피하기 위한 재력가들의 도피성 퇴장자금으로 추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는 도저히 통계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설명할 길이 없다는 주장이다. 5·16 주체세력들은 이런 재력가의 금고속에 꽁꽁 숨어있는 돈을 끌어내기 위해 지난 62년 10환을 1원으로 교환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했었다.<이백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