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공정성 시비」 계속 시간끌듯/NPT 완전복귀 이후나 가능북한이 미북한 고위급회담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유보를 선언함에 따라 세간의 이목은 다시 북한에 대한 특별 핵사찰 문제에 쏠리고 있다. 북한 핵문제의 본질과 출발은 NPT 탈퇴여부가 아니라 특별사찰에 있고 사찰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북한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한스 블릭스 IAEA 사무총장은 지난 2월9일 북한에 대해 특별사찰을 공식 요구했다. 북한은 이를 부당하다며 거부했다. IAEA는 3차례의 결의안을 통해 촉구의 강도를 높이다 결국 3월31일 유엔이 이 문제를 회부했다.
이후 북한과 IAEA간 핵안전협정에 의한 기술적 관계에 불과한 사찰문제는 고의든 아니든 이해당사자간의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의해 다뤄져왔다. 유엔안보리의 결의안 채택,4차례의 미북한 회담이 그것이다.
이는 사찰문제가 더이상 북한과 IAEA간의 쌍무적인 행정적,기술적 대화에 의해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미국과 북한간의 정치적 협상에 고리가 걸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분위기는 뉴욕이 만들고 빈은 실행에 옮길 뿐이다.
북한이 NPT 탈퇴를 유보함으로써 핵안전협정과 이에 따른 사찰은 법적근거를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미북한 회담의 공동성명에서는 특별사찰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천명이 없다. 이는 NPT 문제가 해결되면 특별사찰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았던 당초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다.
현상만 갖고 볼때 상황은 단순히 3개월 이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그렇지만 기대감은 그때보다 높은게 사실이다. 최소한 IAEA와 북한간의 협상의 분위기가 조성됐고 열쇠를 쥔 미국과 북한간의 정치협상이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IAEA는 우선 북한에 대해 특별사찰을 위한 협상을 조속히 재개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IAEA는 언제라도 사찰팀을 평양에 파견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른바 IAEA 기구의 공정성 시비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특별사찰 요구가 부당하다는 근거로서 IAEA의 편파성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이번 정기이사회에서도 북한은 이같은 북한정부의 주장을 문서로서 각 회원국에 회람시켰다.
강석주 북한측 대표는 미·북 회담후 핵사찰 문제는 IAEA의 공정성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우선 특별사찰 요구 근거가 미국의 조작된 위성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IAEA가 주장하고 있는 북한 신고내용과 IAEA 사찰결과 사이의 불일치점은 계산방식 차이에서 온 것이므로 협상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IAEA가 의혹을 품고 있는 영변의 핵시설은 사찰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군사시설이라는 주장도 덧붙이고 있다.
핵안전협정을 어기고 있는 쪽은 그들이 아닌 바로 IAEA라는 논리이다. 더욱 큰 문제는 그동안 수차례의 이사회를 통해 IAEA와 북한간의 관계가 악화될대로 악화돼 왔다는 점이다.
이렇게 볼때 특별사찰이 빠른 시일내 시행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북한의 NPT 탈퇴유보는 언제라도 다시 탈퇴카드를 흔들 수 있는 잠재적 무기로 활용될 수도 있다.
북한은 IAEA가 특별사찰과 함께 요구하고 있는 추가정보 제공에 일단 성의를 보이며 시간을 벌려고 할지 모른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다음 고위급회담에서 IAEA의 공정성 문제를 중점 부각,IAEA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할 것이다.
결국 특별사찰이 가능한 시기는 북한이 NPT에 완전 복귀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별사찰이 핵개발의 투명성을 완전 보장할 수 있는가는 이라크 경우에서 보았듯 별개의 문제로 남아있다.<빈=한기봉특파원>빈=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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