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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와 책임,과잉대응(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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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와 책임,과잉대응(사설)

입력
1993.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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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시대 개막과 함께 과거의 총체적 비리들에 대한 사정이 쉴새없이 이어져 왔다. 나라의 안보가 걸린 율곡사업에 대한 의혹제기와 전면적 감사착수 및 부정혐의 포착도 그런 시대적 흐름의 하나이다. 그리고 이같은 거대한 개혁과 비리척결의 움직임을 그동안 전폭적으로 뒷받침해온데에는 국민여론을 앞세운 언론의 힘이 막중했음을 누구나 부인키 어렵다. 그래서 법과 제도가 완비되기 이전의 일련의 개혁조치를 놓고 「여론사정」 「여론정치」라는 말까지 생겨났던 것이다.이런 시점에서 중앙일보 사회부 정재헌기자가 율곡사업 비리관련 출국금지가 보도문제로 검찰에 의해 전례없이 전격 구속된 것은 여러모로 우려를 자아내는 일이다. 온갖 총체적 비리들에 대한 의혹을 앞장서 제기하고 질타해온 언론 종사원이 그같은 시대적 임무수행 과정에서의 실수로 구속되기에 이른게 우선 불행이라할만하고,꼭 구속수사와 같은 과잉대응 방법밖에 없었나 하는 아쉬움과 유감도 아울러 남는 것이다.

전격구속된 정 기자의 혐의는 현직의 권영해 국방장관을 철저한 확인없이 율곡비리관련 출국금지자의 한 사람으로 잘못 보도,권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권 장관의 고소도 물론 있었다. 그리고 검찰이 작성한 구속영장에는 『출국금지 조치를 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비방할 목적으로…』라고까지 적혀 있음도 드러났다.

그런데 우리가 아울러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문제 언론사측의 신속한 오보시인과 지면을 통한 파격적 정정사과 사고게재였다. 그리고 잇달아 게재된 「문제기사 취재·보도경위」를 통해 밝혀졌듯 이번 오보사건은 율곡비리사건 취재과정에서의 철저한 확인에 소홀했거나 신속한 확인이 어려웠기에 빚어진 과실 때문임은 누구나 짐작키가 어렵지 않다 하겠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도 결국 정 기자가 구속되기에 이른 것이기에 우리는 이번 일을 우선 불행하다고 보는 것이고,언론사측의 파격적 정정사고나 과실 주장에도 불구하고 「비방할 목적」이라고 앞질러 단정한 당국의 자세에도 우리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언론도 결코 법앞에서 성역이 될 수가 없고,공익명분의 취재 및 기사게재 과정에서의 명백한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하는게 당연하다. 때문에 언론에 의한 피해의 구제를 위한 언론중재위원회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 정부당국도 국민들에게 이 제도를 통한 언론피해 구제를 홍보해온지 오래인 것이다.

오늘의 언론은 반성할 점이 적지 않다. 아무리 공익을 위한다지만 과열경쟁과 철저하게 확인하지 않는 태도 및 선정주의 보도를 지양,건전언론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을 요구받고 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정에서 드러났듯 당국도 민주공개사회에 걸맞는 자세를 갖춰 나가야 할 것이 아울러 요청된다.

지나친 비밀주의와 독선에 빠져 당연히 국민에게 알릴 사안인데도 확인을 거부하거나 평소의 정례브리핑 이행이나 자료제공을 기피해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이번처럼 중재위를 거치지도 않고 전격 구속해버리는 과잉대응을 일삼으려해서는 언론도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게 된다. 당국의 현명한 판단과 겸허한 자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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