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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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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모델」이라는게 있었다. 70년을 전후해 스튜던트 파워운동이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서 열병처럼 극성을 부릴 때,자유베를린 대학의 극좌운동권 학생들이 들고 나왔던 대학운영체제의 「혁명적인 변혁논리」를 지칭하는 용어다. 대학의 본질은 교육과 학문연구다. 교수가 대학운영의 주체일 수 밖에 없다는 전통적 인식에 「베를린모델」은 정면 도전했다. ◆자유베를린 대학의 극좌운동권 학생들은 『대학에서 학생에 관계없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급진적이고 과격한 사상의 토대위에서 대학운영체제의 탈취를 시도했다. 그때 학생들에 동조한 32세의 조교가 학생까지 참가하는 총장직선에 압도적 다수표로 총장에 선출됐다. ◆「해방학문」이란 괴상한 논리까지 편 학생들은 강의를 폐지하고 교수와 학생이 1대 1로 토론하는 세미나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학생만능의 전형과도 같은 「베를린모델」로 해서 자유베를린 대학은 황폐화단계에 이르렀다. 「베를린모델」은 단명하고 말았다. ◆미국은 월남전 패배를 계기로,일본은 동경대학 소요가 원인이 된 재학생들의 1년 유급사건을 계기로 극렬 학생운동의 시대는 각각 마감됐다. 그들 나라라고 해서 학생들의 불만요인이 요즘인들 왜 없겠는가. 그렇지만 학생들은 스스로가 주역이 될 날에 대비하느라 바쁘다. 거리에 뛰쳐나와 허비하기에는 대학 4년은 너무나 짧다고 느끼고 있다. ◆우리의 운동권 학생들은 어찌하여 지칠줄도 모르는가. 투쟁일변도의 학생운동을 구태의연한 논리와 수법으로 언제까지 계속 하겠다는 것인가.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시절에는 투쟁의 명분이 있었고 성과도 인정할만 했다. 지금은 문민정부의 시대다. 학생들은 이제 그만 나서도 된다. 남북 학생자매결연이 무엇을 하자는 것이기에 저지경찰관의 목숨까지 희생시켜야했다는 것인가. 설익은 궤변이나 앞세우고 폭력을 수단으로 삼는 극렬학생운동은 이제 그만 막을 내려야 한다. 그리하여 참된 「지성의 길」로 회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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